Tuesday, October 11, 2011

덴마크는 그린하우스 혁명 중

북유럽의 작은 나라 덴마크. 지구 온난화 대책과 에너지 안보를 고려해 화석연료를 줄이고 풍력, 수력 등을 활용한 재생에너지 생산에 가장 적극적인 나라로 꼽힌다. 지난 2009년 기준으로 덴마크 전력 생산에서 재생에너지가 차지하는 비중은 27.4%. 2003년 이래 20% 이상을 꾸준히 유지하고 있다. 풍력이 가장 큰 비중(18.3)을 차지하고 있고, 바이오매스(8.1%)와 바이오가스(0.9%) 등이 뒤를 잇는다. 특히 3%(1990년)에 불과하던 재생에너지 소비 비중이 6배(18%)나 증가했다.

이는 덴마크가 ‘에너지정책 비젼 2025’를 통해 재생에너지 비중을 전체 소비의 최소 30%까지 확대하고, 화석연료 소비를 적극적으로 감축했기 때문이다.


세계 최대 친환경 단열재 제조사인 록울 본사 전경 /이재설 기자 record@chosun.com


그동안 재생에너지 생산과 보급에 힘을 쏟았던 덴마크의 ‘녹색 혁명(Green Revolution)’이 친환경건물 보급과 확대를 통한 ‘제2차 녹색 혁명’에 나섰다. 에너지 소비가 가장 많이 발생하는 가정과 빌딩에 친환경을 입히는 작업이 본격적으로 시작되고 있는 것이다. 덴마크빌딩연구소의 미카엘 엔슨 선임연구원은 “친환경 건물을 통해 전체 에너지 소비의 40%를 차지하는 가정의 에너지 소비를 오는 2015년까지 45%나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 친환경에서 경쟁력 찾는 록울
지난 16일(현지시각) 덴마크 수도인 코펜하겐에서 차량을 타고 히데후세네(hedehusene) 지역으로 향했다. 이 지역은 에너지 사용량을 대폭줄인 건물과 주택이 밀집되어 있는 곳이다. 이동하는 와중에도 일반 가정집뿐만 아니라 자동차 정비소, 병원 등에도 태양열을 활용한 친환경 건물이 눈에 띄었다.

40여분간 이동하니 세계 최대 친환경 단열재 제조사인 록울(rockwool)의 본사가 눈에 들어왔다. 총 3개동의 건물로 구성되어 있는데 지붕에는 태양열 설치가 되어 있고, 각각의 건물에 창문을 최대한 많이 설치한 것이 눈에 띄었다. 1980년대부터 10년마다 1개동씩 세웠다는 게 회사 측 설명. 토마스 노르디 홍보이사는 “이미 30년전부터 에너지 절감 차원에서의 친환경 건물을 구성해 세워 나갔다”고 말했다.

외관과 달리 건물 내부로 들어가니 평범한 사무실이었다. 일반 사무실과 다른점이 뭐냐고 묻자 토마스 노르디 이사는 “컴퓨터 시스템을 통해 각각의 계절에 맞게 자동으로 창문을 조절해 실내 온도를 제어한다”며 “특히 탄소를 별도로 측정해 자동으로 창문을 열고 닫어 쾌적한 사무실 환경을 유지해준다”고 말했다. 자동화로 인해 드는 전력 역시 모두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를 활용하고 있어 전기료가 크게 들지 않는다는 게 회사측의 설명.

록울은 휘록암, 석회암 등의 돌과 폐기물 등을 활용해 섭씨 1500도에 녹여 이들 성분을 추출해 만든다. 난방이 잘 될 뿐더러 불에도 강해 화재가 나도 전혀 타지 않는다고 했다. 토마스 노르디 이사는 “창호나 지붕 등에도 적용할 수 있도록 연구 중”이라고 말했다.


세계 최대 친환경 단열재 제조사인 록울 본사 전경 /이재설 기자 record@chosun.com


◆ 패시브하우스村 활성화
록울 본사에서 차량으로 20여분을 이동하면 경기 김포의 신도시처럼 넓은 들판에 주택단지가 몰려있는 스틴로셰(stenlose) 지역이 나온다. 기존 주택보다 에너지 사용량을 90%나 줄인 일명 ‘패시브 하우스(passive house)’가 집중적으로 형성되고 있는 곳이다.

영하를 오가는 덴마크 날씨를 뒤로 하고 한 가정집에 들어서니 따뜻한 온기가 추운 몸을 녹였다. 이 곳에 온지 1년이 됐다는 집주인 캘레 크리스찬슨(34)씨는 “내부의 따뜻한 공기는 지력을 통해 모은 에너지를 조절해 활용한 것”이라며 “난방비와 전기료가 전혀 들지 않아 아주 만족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이 패시브 하우스는 모든 게 친환경으로 구성되어 있다. 친환경 자재물이 모두 적용됐고, 마당에 막대 모양의 환풍기가 설치되어 있어 집안의 나쁜 공기를 배출해준다. 또 빗물을 별도로 모아 세탁과 변기용에 사용해 불필요한 물 사용을 줄인다. 즉 온수와 전기는 태양 에너지를 활용하고, 난방은 지력 에너지로 공급된다.

현재 이 지역에는 약 350여세대가 살고 있다. 인기가 높아 집값도 오르는 추세다. 캘레 크리스찬슨씨는 “약 7억원에 집을 샀는데 에너지 절감 비용을 따져보면 결코 손해보지 않는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앞으로 750세대까지 단지가 조성될 것이라는 게 이 지역 관계자의 설명이다.

이 지역 관계자는 “한 부부가 천식을 앓는 자녀를 데리고 이곳에 이사를 왔는데 건강을 모두 회복한 사례가 있었다”며 “그야말로 이 지역의 패시브 하우스가 공기청정기 역할을 한다”고 말했다.


덴마크 정부와 현지 기업들이 협력해 만든 그린라이트하우스 전경 /이재설 기자 record@chosun.com


◆ 건물 에너지 획기적 감축 나선 덴마크
덴마크는 유럽연합(EU)의 ‘건물에너지성능지짐(EPBD)’를 도입, 오는 2015년까지 약 50%의 건물에너지소비절감을 추진하고 있다. 설계ㆍ준공ㆍ운영 등 건물의 설립 전과정에 건물에너지성능 라벨링을 도입, 에너지 효율 등급을 부여하고 있다. 중장기적으로는 패시브 건물 보급을 위해 건축설계기준도 단계적으로 강화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코펜하겐 노르브로(Norrebro)에 위치한 그린라이트하우스(Green Lighthouse)는 덴마크의 대표적인 친환경 건축물로 꼽힌다. 덴마크 정부와 현지 기업들이 협력해 만든 건물이다. 이산화탄소 발생과 에너지 소비량을 최소화한다는 목표로 지은 이 건물은 태양열이 주 에너지원으로 활용된다. 원통형 외관을 가진 이 건물은 태양의 이동방향을 따라 빛의 방향을 바꿔 태양열을 흡수할 수 있도록 했다. 이를 통해 지붕에 약 76㎡ 규모의 태양전지가 조명, 환기, 냉난방을 위한 열 펌프를 작동시킨다.

건축에 참여한 덴마크 건설업체인 벨룩스(VELUX)의 라스 린드홀름 컨설던트는 “덴마크의 모든 건물이 오는 2020년까지 1㎡당 30.7㎾h(킬로와트시)로 줄여야 하는데 그린라이트하우스는 이미 22㎾h의 소비량을 보여 획기적인 에너지 절감 사례를 보여 주고 있다”고 전했다.


덴마크는 기존 주택보다 에너지 사용량을 90%나 줄인 일명 ‘패시브 하우스(passive house)’를 집중적으로 형성하고 있다. /이재설 기자 record@chosun.com

전통 그리고 첨단, 서울의 건축물

문화·레저·디자인 서울 100배 즐기기|2011 SUMMER VACANCE in SEOUL

서울의 건물은 전통과 현대 그리고 미래가 함께 공존한다. 광화문 사거리 인근에는 경복궁, 경희궁, 덕수궁이 위엄 있게 버티고 있는 한편, 지난해 서울시 건축상을 받은 금호아시아나 본관 건물 뒤편에는 LED 갤러리가 화려하게 빛나고 있다. 서울 곳곳 보물처럼 숨겨진 특별한 건축물을 만나본다.

서울시 5대 궁궐

조선을 대표하는 정궁, 경복궁 조선 개국 이후 500년을 함께해온 경복궁은 우리나라 대표 정궁이다. 규모와 아름다움에서 다섯 개 고궁 중 으뜸으로 알려졌다. 여러 차례 화재를 당했고, 비어 있던 시간도 많았다. 특히 일제 강점기에 조선총독부 건물의 건립으로 본래의 모습을 잃었으나 1996년 총독부 건물이 철거되면서 일부 복구됐다. 가는 길 3호선 경복궁역 5번 출구 관람시간 9시~18시(11~2월에는 17시까지), 입장료 어른 3천원, 학생 1천5백원 문의 02-732-1932
궁궐 안 현대식 건물 속으로, 덕수궁 시청 부근에 자리 잡은 덕수궁은 회사원이나 시민들의 쉼터로 사랑받고 있다. 고종황제의 집무실이었던 석조전이나 미술관 등 현대식 건물을 만날 수 있다. 1996년부터 재현되는 왕궁 수문장 교대 의식은 관광객들을 위한 볼거리다. 가는 길 1호선 시청역 2번 출구, 2호선 시청역 12번 출구 관람시간 9시~21시(월요일 휴관) 입장료 대인 1천원, 소인 5백원 문의 02-771-9949

국내 유일의 궁궐 후원을 품다, 창덕궁 경복궁의 동쪽에 있어 조선시대에는 창경궁과 더불어 동궐이라 불렀다. 비교적 원형이 잘 보존되어 있는 중요한 고궁이며, 특히 창덕궁 후원은 한국의 유일한 궁궐 후원이라는 점과 한국의 정원을 대표한다는 점에서 그 가치가 높다. 1997년에 유네스코가 지정한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되었다. 북악산의 줄기인 응봉의 산자락 모양에 맞추어 적절하게 궁궐의 기능을 배치했다. 가는 길 1호선 종로3가역 6번 출구, 3호선 종로 3가역 3번 출구 관람시간 9시~18시 30분(4~10월), 9시~17시 30분(11, 3월), 9시~17시(12~2월), 월요일 휴관 입장료 대인 3천원, 소인 1천5백원 문의 02-762-8261 
아픈 역사의 상흔, 경희궁 경희궁은 경복궁, 창경궁과 함께 조선왕조의 3대 궁으로 꼽힐 만큼 큰 궁궐이었으나 일제 강점기에 심하게 훼손되어 현재 남아 있는 건물은 정문이었던 흥화문과 정전이었던 숭정전 그리고 후원의 정자였던 황학정까지 세 채에 불과하다. 그나마 초석과 기단이 남아 있고, 뒤쪽에는 울창한 수림이 잘 보전돼 있어 궁궐의 자취를 잘 간직하고 있는 편이다. 가는 길 5호선 서대문역 4번 출구 관람시간 9시~18시(11월~2월에는 17시까지) 문의 02-724-0123
17세기 건축 양식을 만나다, 창경궁 성종 14년(1483) 세조비 정희왕후, 예종비 안순왕후, 덕종비 소혜왕후 세 분의 대비를 모시기 위해 옛 수강궁터에 창건한 궁이다. 창덕궁과 함께 동권이라는 하나의 궁역을 형성하면서 창덕궁의 모자란 주거 공간을 보충하는 역할을 맡았다. 창경궁의 명정전, 명정문, 홍화문은 17세기 조선시대의 건축양식을 보여준다. 가는 길 4호선 혜화역 4번 출구 관람시간 9시~18시(동절기는 17시 30분까지) 관람료 대인 3천원, 소인 1천5백원 문의  

[오늘의 세상] 물결치는 세계최대 지붕… 건축사의 명물, 한국서 불 밝히다

[부산국제영화제 전용상영관 '영화의 전당' 개관]
아이스크림 콘 모양 기둥이 축구장 1.5배 크기 지붕을 허공에 떠있는 듯 받친 형상
3년간 1678억원 들여… 허남식 시장 "꿈의 공장"

축구장보다 큰 거대한 물결 모양 지붕이 아이스크림콘 형태의 작은 기둥 하나에 의지해 구름처럼 떠 있다. 29일 부산 해운대구 센텀시티에서 개관한 부산국제영화제(BIFF) 전용 상영관 '영화의 전당'이다. 이 예술적 건물 하나로 '영화의 도시' 부산은 '건축의 도시' 타이틀에도 도전장을 내밀 수 있게 됐다.

건물은 오스트리아 건축사무소 쿠프 히멜블라우사(社)가 설계했다. 울프 프릭스, 헬뮤트 스위크진스키, 마이클 홀처 등 건축가 세 명이 1968년 만든 사무소로, 사각틀을 벗어난 비정형(非定型) 해체주의 건축으로 유명하다. 대표작으로 독일 뮌헨의 BMW 사옥, 네덜란드 그로닝겐 박물관 등이 있다.


29일 개관한 부산 ‘영화의 전당’의 지붕 ‘빅루프’에 설치된 LED 조명 수만개가 색색의 빛을 발하고 있다. 영화의 전당은 부산국제영화제(BIFF) 전용 상영관으로, 개관식에는 이명박 대통령과 허남식 부산시장 등 700여명이 참석했다. /김용우 기자 yw-kim@chosun.com
3만217㎡ 부지에 연면적 5만4335㎡ 규모의 '영화의 전당'은 극장·공연장으로 쓰이는 '시네마운틴', 영화제 사무국 등이 들어선 '비프힐', 세계 최대 지붕인 '빅루프'를 이고 있는 '더블콘' 등 4~9층의 건물 3동과 야외 광장(시네마운틴과 비프힐 사이)으로 이뤄졌다.

겉에서 보면 초대형 지붕 두 개가 눈에 띈다. 그중 3500t 규모의 '빅루프'는 축구장 1.5배(162.53m×60.8m, 9882㎡·2994평) 크기다. 이 지붕을 아이스크림콘 2개를 잇댄 듯한 작은 몸통 '더블콘'이 지탱하고 있다. 출렁이는 물결 모양을 한 지붕 아래 면에는 LED 전구 4만2600개를 붙여 각종 색채 영상을 연출할 수 있도록 했다. 3년여간 1678억원이 들었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스냅샷으로 크게 볼 수 있습니다. / 조선닷컴
이날 부산을 찾은 울프 프릭스 쿠프 히멜블라우 대표는 "어디서 보든 느낌과 모습이 다른, 영화 같은 건물이 되도록, 그리고 부산의 역동성을 드러낼 수 있도록 설계했다"고 했다. 그는 "열려 있는 공간과 닫혀 있는 공간의 조화에서 출발했다"며 "단순한 평면이 아니라 곡선 등 다양한 면으로 구성한 공학 예술의 절정"이라고 했다. 그러나 일부 건축 전문가는 "그들의 대표작인 BMW 사옥 건물과 크기만 다를 뿐 비슷한 형태"라고 지적했다.

개관식엔 이명박 대통령과 허남식 부산시장, 김동호·이용관 전·현 BIFF 집행위원장, 영화인 임권택·안성기·강수연씨 등 700여명이 참석했다.

허 시장은 "영화의 전당 시대를 열면서 아시아 영상 중심 도시, BIFF의 세계 3대 영화제 발전 등 새로운 꿈에 도전하고자 한다"며 "부산은 꿈의 산업인 영화·영상을 통해 아시아의 꿈 공장이 될 것"이라고 했다. 

[그것은 이렇습니다] Q: 칠레 지진 규모는 아이티 지진에 비해 1.8밖에 차이 나지 않는데지진 에너지는 어떻게 500배나 되나?

3월 1일자 조선일보 A5면에서 '칠레 지진은 규모가 8.8로 아이티 지진(7.0)보다 훨씬 컸다. 방출된 에너지로만 보면 아이티의 500배가 넘는다'는 기사를 보았습니다. 규모는 불과 1.8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데 에너지 강도는 500배가 넘는 계산이 어떻게 나오는지 궁금합니다.

― 서울 영등포구 독자 이석현씨

A: 지진 규모가 0.2 단위 올라갈 때마다 지진 에너지는 약 두 배씩 강해져진앙에서 거리의 제곱에 반비례해 지진 에너지 약화돼


조호진 산업부 과학담당 기자
최근 잇따라 발생한 아이티 지진과 칠레 지진을 두고 외신들은 아이티 지진의 규모를 7, 칠레 지진의 규모를 8.8이라고 보도했습니다.

지진의 규모가 0.2 단위로 증가할 때 지진의 에너지 규모는 약 2배씩 늘어납니다. 즉 지진 규모 7과 7.2는 숫자 표시로는 0.2에 불과하지만 에너지 규모는 2배 차이 납니다. 에너지 차이가 두 배가 나면 그 피해도 크게 달라지기 때문에 학자들은 예측한 지진 규모가 0.2만 벗어나도 사소한 실수로 여기지 않습니다. 이런 방식으로 계산을 하면 지진 규모 8은 지진 규모 7에 비해서 약 32배 강한 지진을 의미하며 지진 규모 8.8은 규모 7에 비해 약 500배 강한 에너지를 발생시킵니다.

칠레 지진이 아이티 지진보다 약 500배쯤 강했는데도 피해 규모는 오히려 적었던 데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지진에 의한 피해가 어느 정도인지 결정하는 요소 중 중요한 것은 지진이 발생한 지점인 진앙에서 피해지역까지의 거리입니다. 연세대 지구시스템과학과 홍태경 교수는 "지진의 강도는 진앙에서의 거리의 제곱에 반비례해서 약해진다"고 설명합니다. 예컨대 진앙에서 10㎞ 떨어진 곳의 지진 강도가 10이라면 20㎞ 떨어진 지점에서는 지진 강도가 10㎞ 지점에서의 4분의 1 수준인 2.5로 약화됩니다.

이번에도 칠레 지진의 규모는 8.8로 컸지만 진앙에서 피해지역인 콘셉시온까지 115㎞나 떨어져 있어 지표면에서 느끼는 강도는 상대적으로 약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반면 아이티 지진의 경우는 규모는 7.0<사진>(지난 1월 강진으로 무너진 아이티 대통령궁)으로 지진에너지가 칠레 지진의 500분의 1에 불과하지만 피해지역인 포르토프랭스에서 진앙까지의 거리가 16㎞에 불과해 상대적으로 강도가 강해 피해가 커진 측면이 있습니다.


지난 1월 강진으로 무너진 아이티 대통령궁.
지진이 지표면을 아래위로 흔드는 형태로 진행되는가, 좌우로 흔드는 형태로 진행되는가도 피해의 크기에 영향을 줍니다. 대체로 지진은 좌우로 흔들리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건물의 내진 설계는 주로 횡으로 흔들리는 지진에 대비하도록 돼 있다고 합니다. 오래전 발생했던 어떤 지진의 경우 '지진의 형태가 수평이 아닌 직하 지진이라 피해가 커졌다'는 외신 보도를 본 적이 있는데, 이는 지진의 형태보다는 주로 수평으로 흔들리는 지진에 대비한 내진 설계 때문이란 것이 전문가들의 설명입니다. 삼성물산 문영종 박사는 "동일한 지진 강도에 내진 설비가 없는 건물이 노출될 경우 수직으로 흔들리는 지진보다는 수평으로 흔들리는 지진에 의한 피해가 더 크다"고 설명합니다. 기둥을 아래위로 흔들 때보다 좌우로 흔들 때 건물에 손상을 가하기가 쉬운 것과 같은 이치라는 것이지요.

지진 피해지역 건물이 내진 설계로 지어졌는지, 건축 자재의 부실 여부 등 건축물의 상태도 피해의 크기를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입니다.

부산월드비즈니스센터 1차 당선작 나와

부산 해운대 센텀시티에 들어설 ‘부산월드비즈니스센터(WBCB)’ 중 51층 짜리 2개 빌딩의 설계 국제공모 1차 당선작이 나왔다.
부산국제건축문화제는 “WBCB 1단계 설계 국제공모작 중 벤츠박물관을 설계한 ‘UN스튜디오’와 부산고속철역사를 설계한 ‘FOA’ 등 2개사를 1차로 선정했다”고 밝혔다. ‘UN스튜디오’는 공중으로 치솟는 회오리 바람처럼 생긴 비정형 건물을, ‘FOA’는 현미경으로 본 눈 모양을 본뜬 육각형 형태의 건물을 각각 선보였다.
건축문화제측은 “두 건물 모두 국내에는 없는 형태”라며 “그러나 이들 2개 설계회사가 국내 건축법, 공사시행자인 솔로몬그룹측의 요구 등을 보완해 내놓은 작품을 대상으로 오는 9월중 최종 당선작을 확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WBCB 중 103층짜리 건물에 대한 설계 공모는 현재 진행중으로, 오는 11월21일 심사에 들어가 같은 달 29일 확정할 예정이다.

  • ‘UN스튜디오’의 설계작품. 하늘로 치솟는 회오리 바람 형태를 하고 있다.

[르포] 4000톤 지붕이 '대롱대롱'‥부산 '영화의 전당' 가보니

매년 부산국제영화제를 찾았지만, 올해는 정말 환상적이네요. 마치 하늘을 나는 양탄자를 보는 것 같습니다.”

지난 7일 부산 해운대구 우동의 제16회 부산국제영화제 현장. 영화제의 주요 행사가 이뤄지는 행사장 건물 앞에 도착하니 수천여명의 인파 중 많은 사람이 하늘을 올려다보고 있었다. 지면에서 약 30m 위로 축구장보다 더 커 보이는 지붕이 아이스크림 콘 모양의 기둥 한쪽에 매달려 있기 때문이다. 지붕은 네모 반듯한 평면이 아니라 좌우 상하로 형식 없이 울룩불룩하게 돌출되거나 패여 있었다. 사람들이 올려다볼 수 있는 지붕 하단에는 4만2000여개의 LED 전구가 부착돼 다양한 방식의 영상이 연출되고 있었다.

이 건물은 오스트리아의 설계사무소 ‘쿱 힘멜브라우’가 설계하고 한진중공업 건설부문이 지난 3년간 신공법을 동원해 완공한 복합문화시설 ‘영화의 전당’이다. 시공금액만 1679억5000만원이 들어간 초대형 프로젝트다.

지난달 29일 개관한 부산 '영화의전당' 야간 전경. 한 쪽으로만 고정된 빅루프(big roof)는 무게가 4000톤이 넘는다.
◆ “여기가 안이야 밖이야?”…해체주의의 ‘마술’
이 건물은 방향에 따라 건물 모양이 달라보여 한 눈에 건물 구조를 파악하기 힘들다. 정작 건물은 영화관과 공연장이 있는 시네마운틴(CINE MOUNTAIN)과 업무시설이 있는 비프힐(BIFF HILL) 정도이고, 전체 부지(3만2137㎡)중 나머지 면적은 시네마운틴과 연결된 스몰루프(SMALL ROOF) 아래의 4000석 규모의 야외상영장, 빅루프(BIG ROOF) 아래의 BIFF광장으로 이뤄져 있다. BIFF광장 위로는 구름다리 모양의 풋 브릿지 램프(FOOT BRIDGE RAMP)가 빅루프에 매달려 있다. 4000톤이 넘는 빅루프의 하중을 견디는 것은 오직 나무 둥치 모양의 더블콘(DOUBLE CONE) 뿐이다.

건물에 들어가도 어디가 안(安)이고 밖인지 분간하기 어렵다. 실제 시네마운틴 내부로 들어가도 전면이 커튼 월(유리 재질의 외벽)로 엮여 있고 그 속으로도 건물 구역마다 층고가 다르게 설계돼 있다. 에스컬레이터도 외부에서 탔지만 올라가다 보면 건물 내부로 들어가 있고, 다시 건물 외부의 난간으로 이어진다.

한진중공업 건설부문의 장범택 현장소장은 “오스트리아의 설계 사무소는 기존의 건축적 개념을 파괴하는 해체주의의 형식으로 설계했다”며 “건물과 구조물에 직선과 수평적 측면이 배제되고, 안과 밖의 개념도 모호하게 정해놨기 때문에 시공하는데 애를 먹었다”고 말했다.

◆ 신공법 이용해 4000톤 지붕 ‘번쩍’…“기네스북 등재될 것”
이 건물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빅루프다. 길이 163m·폭 62m에 무게가 4000톤이 넘는 구조체가 더블콘에 ‘아무렇게나’ 올려져 있는 모습이다. 거리를 두고 보면 짧고 굵은 나무 둥치에 한쪽으로만 웃자란 나무 같다.

김강태 공무팀장은 “위태위태하게 매달려 있는 것 같지만 한 치 오차도 없이 중심을 잡을 수 있도록 구조 계산이 된 건물”이라며 “비교적 강풍이라고 볼 수 있는 초속 45m에서도 빅루프가 스스로 상하 1.5m 정도로 움직이면서 균형을 잡을 수 있도록 설계됐다”고 말했다.

빅루프를 시공해 더블콘에 붙이는 작업이 ‘영화의전당’ 시공의 하이라이트였다. 이 작업에 신공법 ‘리프트 업(LIFT-UP)’이 쓰였다. 일반적으로 빅루프와 같이 기둥에서 구조체가 수평으로 뻗어나갈 때는 기둥 접합부부터 시공해나가면서 구조체 하단을 철골 구조물로 받쳐 놓는다. 그러나 빅루프 시공 때는 아예 구조체를 지상에서 만들고서 크레인으로 끌어올려 기둥에 붙이는 방식을 사용했다.

이 공법은 일반적인 방법보다 공사기간을 3개월 정도 줄일 수 있지만, 4000톤이 넘는 비정형적인 구조체를 한치에 오차도 없이 들어 올려 기둥에 맞추기가 어렵기 때문에 국내에서도 한진중공업 건설부문과 삼성물산 건설부문 정도가 시공 경험이 있는 정도다. 게다가 이번에 들어올려 붙인 빅루프는 모양이 정형적이지 않은데다 규모 면에서도 세계 최대다. 현재 한진중공업 건설부문은 이 빅루프를 세계에서 가장 규모가 큰 캔틸레버 루프(한쪽만 지지가 되고 다른 쪽 끝은 돌출한 형식의 구조물)로 기네스북에 신청한 상태다.



지난 6일 개막한 부산국제영화제 야외공연장. 4000석의 규모며 공연장 위쪽으로는 스몰 루프(small roof)가 들어서 있다.
◆ “태풍 오면 부서질 것 같다고요?”…“천만에!”
안전장치 면에서도 세계 최초로 시도된 공법이 적용됐다.

먼저 빅루프는 최대 풍속이 초속 65m 수준까지 견딜 수 있도록 설계됐다. 만약 그 이상의 바람이 불게 되면 BIFF광장의 양쪽 모서리 부분에서 28미터 정도의 봉이 솟아오르게 된다. 이 봉은 빅루프의 모서리 양쪽 끝쪽에 붙어 빅루프가 붕괴하는 일이 없도록 균형을 맞추는 역할을 한다.

이 봉은 바람이 불 때뿐 아니라 지진과 폭설로 빅루프 붕괴 위험이 감지되면 자동으로 땅속에서 솟아올라 지붕을 떠받친다.

김 팀장은 “세계 어느 곳에서도 이 정도 규모의 캔틸레버 루프를 시도한 적이 없었기 때문에 그에 대한 안전 대책도 새로 고안해야 했다”며 “이상 기후에도 대형 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전 세계 어디에도 없는 자동 지붕 받침 시스템을 구축했다”고 말했다.

동사무소가 '예술'이네 화장실이 '작품'이네

  • ◇파주 북시티의 한길사 사옥.
  • 2003년, 건축이 사회로부터 각광받고 있다. 건축가들이 전면에 나서 새로운 개념의 문화 단지를 조성하는가 하면 과거 건축 디자인과는 영 상관 없던 동사무소·초등학교·주차장·고속도로 휴게소도 하나같이 ‘현상설계 공모’를 거친 건축가의 작품으로 속속 탄생하고 있는 것도 건축 바깥 세상에서는 관심거리다.
    건축시장이 극심하게 침체된 상황에서 건축의 사회적, 문화적 성격이나 이를 설계한 건축가에게 대거 관심이 쏠리고 있다는 사실은 반가운 일이다. 건축 하면 건설 혹은 시공이 전부인 것처럼 여겨지던 인식이 조금씩 변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중견 건축가들의 ‘북 시티’, 신진들의 ‘헤이리

    잘해야 아파트 단지나 들어설 별 특징 없는 땅에 조성되고 있는 파주 출판문화도시(일명 ‘북 시티’), 또 통일동산 근방이라 접근성도 용이하지 않을 터에 문화예술 단지로 조성되는 헤이리 아트밸리는 10년 넘게 진행되고 있는 마을 조성사업이다. 이 두 지역의 개발 사례는 건축문화 예술운동으로 평가될 만큼 화제다. 또 민간조합 형태로 사업자들과 건축가들이 공동으로 도시, 마을을 만들어가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는다.
  • ◇헤이리 아트 밸리의 마을 회관 격인 '커뮤니티 하우스'.
  • 조성룡·민현식·승효상씨 등 서울건축학교 조직을 중심으로 활동하는 이른바 중견 ‘리딩’ 건축가들이 주축을 이루고 있는 북 시티는 전체 규모가 48만평에 사업비만도 1조원이 드는 프로젝트. 기존 환경을 살려 단지 인프라를 구축하고 다리며 가로등까지 건축가의 디자인으로 꾸며지고 있는 디자인 도시이기도 하다. 250여채의 건물 설계가 완료됐고 보진재와 한길사에 이어 여러 출판사가 입주 대기 중이다.
    ‘산 속에 조성되는 예술촌’이라는 헤이리 아트밸리는 15만평 부지에 카페·갤러리·작업실·영화촬영소·기념관 등의 건물 300여채가 세워진다. 북 시티와 중복 참여하고 있는 건축가들이 더러 있긴 해도 김종규·김준성·민선주·조병수씨 등 비교적 젊은 건축가들이 주도하는 헤이리 아트밸리는 북 시티에 비해 좀더 자유롭고 실험적인 작업을 보여주고 있다.
  • ◇오래된 정수장 시설을 디자인의 일부로 끌어들인 한강 선유도 공원.
  • 북 시티가 장방형의 비교적 평평한 대지에 조성되는 반면 헤이리는 집중형의 구릉지에 조성되고 있어 지형상의 독특한 분위기가 젊은 건축과 신선하게 어우러지고 있다. 북 시티와 헤이리는 외국 건축가들도 협력자로 참여하고 있고, 건축가들이 모든 과정을 조정하는 코디네이터를 맡았다는 점에서도 한국 건축계에 하나의 전범으로 기록될 전망이다.
    건축미 자랑하는 동사무소·고속도로휴게소·공원

    과거에는 건축적 관심 밖에 있던 동사무소도 커뮤니티 공간으로 거듭나고 있다. 김인철씨가 설계한 서울 행당1동 사무소는 ‘펼쳐지는 집’이라는 별명이 붙여진 개방적이고 조형성 강한 건물로 건축가협회상을 받았다.

    젊은 건축가들이 강원도 철암의 폐광촌을 새로운 삶의 터전으로 재생시키기 위해 나선 것이나 금산인삼랜드 휴게소(이충기 설계) 등 이용자 중심의 공간구성과 환경친화적 배치가 돋보이는 고속도로 휴게소가 속속 등장하는 것도 따지고 보면 건축이 지닌 사회성, 공공성이 점차 부각되고 있기 때문이다. 건축가와 조경가의 합작(조성룡·정영선)으로 한강의 선유도가 정수장에서 멋진 생태공원으로 탈바꿈한 것도 마찬가지의 경우다.
  • ◇금산 인삼랜드 휴게소 내 화장실.
  • 건축 디자인 붐

    요즘 들어 ‘건축 디자인 열풍’이라 할 정도로 건축이 세간의 관심을 끄는 이유는 우리 사회의 변화 때문이다. 이제 과거 개발 드라이브로 일관됐던 분위기에서 벗어나 건축이 삶의 문화를 담는 그릇이라는 인식이 확산되는 중이다. 또 눈이 높아진 대중은 또 일상 속 디자인에 엄청난 갈증을 느끼고 있으며 건축도 예외는 아니다. 이런 추세 속에서 요즘은 건축가들끼리 디자인을 겨뤄 설계안을 정하는 건축 설계경기가 보편화되고 있다.

    이미 공공시설은 대부분 이 방식을 쓰고 있고, 동네 노인정에서부터 해인사 신행(信行) 문화도량과 김대건 신부 기념관, 백남준미술관에 이르기까지 공모전이 쉴 새 없이 열리고 있다. 건축설계경기는 투명성, 공정성의 가치도 중요하지만 건축가들의 자유로운 참여 속에 일종의 건축 축제처럼 치러질 수 있어야 하며, 디자인을 실험하는 장으로, 설계의 질을 높이는 기회로 삼을 필요가 있다.

    외국 건축가 전성시대?

    외국 건축가들의 국내 진출 역시 건축 디자인 붐에 영향을 미쳤다. 국내 초고층 건물들은 모두 외국건축가가 설계를 했다고 보아도 무방할 정도로 건축의 서세동점(西勢東漸)은 서구 건축가들의 아시아 진입이 활발해진 1990년대부터 본격 전개되기 시작했다. 최근에는 스위스 건축가 마리오 보타가 설계한 서울 강남의 교보타워가 완공되었고, 네덜란드의 렘 콜하스가 서울대 미술관을, 프랑스 건축가 장 누벨 등이 삼성의 고급 아파트를 설계하고 있다.

    특히 이 세 건축가들은 삼성이 한남동에 조성하는 복지타운에 미술관이며 박물관, 커뮤니티 시설 등의 설계를 맡아 몇 년째 작업 중이다. 대기업들이 스타급 건축가를 선호하는 가운데 한 건설회사는 ‘세기의 산업 디자이너’라는 필립 스탁에게 인테리어를 맡겼다며 홍보하고 있다.

    이런 양상은 세계무역기구(WTO)의 규약에 따른 시장개방과 함께 앞으로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외국 건축가든 국내 건축가든 간에 우리 시대, 우리 땅에 걸맞은 집을 짓는 일에 주목해야 할 것이며, 우리집·우리동네·우리도시에 대한 관심이야말로 건축 디자인 붐을 맞은 우리 사회의 과제가 아닐까 한다.

“랜드마크는 높이가 아니라 디자인이다”

▲ 리처드 로저스의 작품들. 초고층 건물은 아니지만 독특한 디자인으로 지역을 대표하는 랜드마크이다. 런던 로이드 빌딩. 사진제공=리처드 로저스 파트너스
한국에 수 많은 아파트와 빌딩이 있지만 한국을 대표하는 랜드마크(상징건물)는 쉽게 떠오르지 않는다. 병풍처럼 일렬로 선 아파트 단지, 직사각형을 벗어나지 못한 비슷 비슷한 빌딩들이 대부분이다. 그래서 최근 한국에도 랜드마크를 목표로 서울 용산·상암동·인천 송도신도시 등에서 100층이 넘는 초고층 건물들이 줄줄이 추진 중이다. 하지만 도시를 대표하는 랜드마크가 꼭 초고층일 필요는 없다.

프랑스 파리의 퐁피두센터는 폭 60m, 높이 42m, 지하1층, 지상 6층 밖에 되지 않지만 공조시스템·배관 등 설비가 외부에 드러나는 혁신적 외관으로 랜드마크가 됐다. 이 건물은 도서관, 영화관, 매점, 카페, 현대미술관 등 다양한 기능을 함께 갖춰 파리 시민들로부터 오랜 사랑을 받고 있다. 71년 7월 국제 현상공모를 통해 확정된 퐁피두 센터는 영국인 리처드 로저스(Richard Rogers)와 이탈리아인 렌조 피아노(Renzo Piano)의 공동작품이다.
새천년을 기념해 만들어진 영국 런던의 밀레니엄돔도 퐁피두 센터를 설계한 로저스의 작품이다. 100m 높이 12개의 타워로 지지되는 직경 365m의 단일 지붕 구조체로 된 전시장은 독특한 외관으로 런던의 새로운 랜드마크가 됐다. 두 건물 모두 처음 모습을 드러냈을 때 기존 건물과는 너무나 다른 외관 때문에 환호보다는 논란의 대상이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 수록 디자인의 진가가 드러났고 수많은 아류작을 쏟아냈다. 세계적인 건축가 리처드 로저스씨를 이메일 인터뷰 했다. 칠십이 넘은 나이에도 9.11테러로 무너진 뉴욕 그라운드 제로에 들어서는 건물의 설계를 맡는 등 열정적으로 활동을 계속하고 있다. 그는 서울 여의도 통일주차장 터에 지어질 72층짜리 파크원 빌딩의 설계를 총괄하고 있다.

 
▲ 파리 퐁피두 센터
―건축이란 무엇인가.

“나에게 건축이란 과학이면서 동시에 예술이다. 기능적인 면과 아름다움을 함께 추구하는 것이다. 기능과 미(美)라는 두 가지 요소가 성공적으로 결합할 때 훌륭한 건축물이 탄생할 수 있다.”



―한국에도 많이 알려진 파리 퐁피두센터의 디자인 컨셉은?

“건축물은 나이, 종교나 이념, 빈부를 초월해 모든 사람들을 위한 공간이어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엘리트적인 건물보다는 보다 대중적인 건축물을 창조하는 것에 목적을 두었다. 그 지역에는 공공 공간이 적었기 때문에 광장(Piazza)을 만든 것도 이러한 개념의 연장선상이었다. 건물은 부지의 가장자리에 배치하고 광장은 파리에서 가장 긴 도로 쪽을 향하도록 해 건축물이 단순한 박물관, 도서관의 기능만을 갖기보다는 공적으로 열린 공간이 되도록 초점을 맞추었다.”



―퐁피두센터를 설계하면서 배관 등이 외부에 노출시킨 이유는?

“실내를 가로 지르는 구조물과 설비를 외부에 배치해 건물 정면에서 빛과 그림자를 연출하도록 했다. 건물 내부 공간에 기둥이나 벽을 설치하지 않아 시대의 변화나 건축주의 필요에 따라 공간을 자유자재로 활용하도록 했다. ”



―디벨로퍼(건물개발자)는 건축가들이 비용이나 기능을 무시한다는 불평을 한다. 건축가와 디벨로퍼의 역할과 관계는 어떠해야 하나.

“나는 디벨로퍼와 건축가의 이해가 상충될 수밖에 없다는 의견에 동의하지 않는다. 성공적인 개발은 프로젝트에 대한 모든 접근법(다양한 디자인)을 수용하는 것이다. 성공이란 것은 효과적인 팀웍을 바탕한다. 물론, 의견의 차이는 불가피하지만, 최고의 건축물은 다양한 접근법들이 서로 잘 융화되고 결합될 때 나온다.”


―중국·두바이는 물론 한국에도 랜드마크를 만들기 위해 초고층 건축 계획이 추진 중이다.

“고층 빌딩을 세우려는 경쟁은 최근에 나타난 현상은 아니다. 그 이전에도 세계 곳곳에서 그런 경쟁이 있었다.(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이 완공된 게 1931년이다.) 하지만 건물의 높이나 크기보다는 디자인 즉 설계 디자인의 우수성이 랜드마크를 만드는 결정적 요소라고 생각한다.”



―한국에서는 많은 신도시가 개발되고 있다. 신도시 개발과 관련해 조언을 해주신다면?

“어떠한 도시나 도시 안의 어떠한 지역도 한가지의 기능에만 초점을 맞추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도시라는 것은 상당히 다양한 기능과 활동들을 수용할 수 있어야 한다. 주거, 업무, 여가활동이 균형 있게 이뤄지도록 도시를 설계해야 한다. 특히 도시에는 만남의 장소(광장 혹은 랜드마크)가 있어야 하며 보행자 친화적이어야 한다. 자동차보다는 대중교통을 권장하도록 해야 한다. 주요 도로들은 섬유 조직처럼 도시 안에서 분산되어야 한다.”



―서울도 도시경쟁력 확보 차원에서 다양한 개발 프로젝트가 추진 중이다. 어떤 개발을 해야 도시의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가.

“공공(대중) 교통 수단간의 원활한 연계, 많은 공공 공간(보도·공원·광장)의 확보, 우수한 디자인의 건축물, 이 세가지가 서울이 살기 좋고 일하기 좋고 여가를 즐기기 좋은 조화로운 도시로 만들 것이다. 그게 바로 도시의 경쟁력을 높이는 첩경이다.”



―현재 설계에 간여하고 있는 여의도 파크원의 특징은 무엇인가.

“사무용빌딩과 호텔, 쇼핑몰로 이뤄진 복합용도개발(mixed-use development)이다. 고층빌딩을 북쪽으로 세워 건물 그림자를 최소화하고 녹지공간도 대거 조성, 주변과 어울리도록 배려했다.”


리처드 로저스는?

1933년 이탈리아 피렌체에서 태어나 4살 때 영국으로 이주했다. 미국 예일대학 등에서 건축을 공부했으며 1971년에 퐁피두 센터 현상설계에 당선, 국제적 명성을 얻었다. 런던의 로이드빌딩(1978년), 유럽 인권 법원(1989년) 등이 대표작이며 1991년 영국 여왕으로부터 작위를 받았다. 기계 이미지를 건물에 실현시키는 하이테크 건축의 선구자로 평가받고 있다.

서초 경마도박장 허가 의혹 수사 착수

검찰 “이미 내사 중이던 사건”
현재까지 제기된 의혹
前·現 구청장 중 누구 책임? 정치권 외압 있었나
설계 사무소 역할은… 농림부 사업 승인 배경

서울중앙지검은 10일 서초구청이 지하철 2호선 교대역 인근에 경마도박장(마권장외발매소) 빌딩 건축을 인허가해준 의혹에 대해 수사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검찰 관계자는 "이미 내사(內査)를 진행 중이던 사건인데 서초구청에서 수사 의뢰를 해 수사 속도가 더 빨라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서초구청(구청장 진익철)은 지난 9일 "서초동 마권발매소 빌딩 건축 인허가와 관련해 로비 시도가 있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으니, 서초구 관련 공무원과 구의회 직원 등에 대해 철저히 수사해 달라"고 검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수백억원대 이권 사업인 마권발매소 인허가 의혹에 대해 진익철 서초구청장, 박성중 전 서초구청장, 현직 지역구 의원인 고승덕 한나라당 의원 등이 서로 상대방이 개입했고, 책임이 있다고 공방을 벌이고 있어 검찰 수사에서 흑백이 가려질 것으로 보인다.

마권발매소 인허가와 관련해 현재까지 제기된 의혹은 크게 네 가지다.

우선, 서초구가 혐오시설인 '경마도박장' 빌딩 건축허가를 내준 경위에 대한 의혹이다. 박 전 구청장 재임 시절인 지난해 5월 건축심의가 통과됐어도, 신임 진익철 구청장이 충분히 건축허가를 보류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누가 최종적인 책임을 져야 할지가 가려져야 한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보통 단체장이 바뀌면 건축 인허가 업무는 일시적으로 중단되기 마련"이라며 "전임 구청장 시절에 심의를 통과했다는 이유로 신임 구청장이 논란이 될 것이 뻔한 대형 도박장 건물의 인허가를 내 준 것은 상당히 이례적인 일"이라고 말했다.

둘째, 인허가 과정에서 정치권 등의 외압 여부 등이 밝혀져야 한다. 서초구청 안팎에선 "진 구청장이 불과 취임 13일 만에 무리하게 도박장 건물 인허가를 내준 이유를 밝혀야 한다"는 말이 나온다.

셋째, 마권발매소 건물 설계를 수주한 S건축의 이모 대표 등이 어떤 역할을 했는지도 확인이 필요하다. 건축설계사무소는 일반적으로 각종 인맥을 활용해 관청으로부터 인허가를 받는 업무도 담당한다. 이씨는 서초구청 건축과장과 도시관리국장을 지냈고, 한나라당 서초을(乙) 지구당(당원협의회) 부위원장을 지냈다. 한나라당 서초을 지구당 위원장은 고승덕 의원이다.

마지막으로 농림수산식품부가 2009년 12월 마사회의 서초동 마권발매소 사업에 대해 한 번도 제동을 걸지 않고 사업승인을 내준 배경도 명확하게 밝혀야 한다. 마권발매소가 들어설 부지 주변은 아파트·교육시설 밀집 지역임에도 농식품부는 총리실 산하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의 방침을 어기면서까지 승인을 내줬다.

詩처럼, 호숫가 집 한채… 點처럼, 자연에 숨다

외국 건축가도 견학오는 김인철의 '호수로 가는 집'
"나 여기 있소 하듯 아우성 치는 건물이 아니라 자연 속에 녹아드는 건물로"

"저, 저희 부모님이 춘천호 상류 쪽 산자락에 계시는데 서른평 정도 전원주택을 한 채 지으려고 하세요. 인터넷에서 선생님 작품을 봤는데 꼭 설계를 맡아주셨으면 합니다." 3년 전 한 젊은 신사가 건축가 김인철(64·중앙대 건축학부 교수)씨의 건축사무소 아르키움을 찾아왔다. 알고 보니 유명 홈쇼핑 쇼호스트 이건종(42)씨였다.


산으로 둘러싸인 고요한 춘천호 상류. 건축가 김인철이 지은 나즈막한 2층짜리 전원주택‘호수로 가는 집’이 들어서 있다. 자연의 정적을 깨뜨리지 않으려 상자 모양 집이 땅에 조심스레 얹혀있는 느낌이다. /전기병 기자 gibong@chosun.com
김 교수는 건물 외벽 전체에 동그란 구멍이 뚫린 서울 논현동 사거리의 랜드마크 '어반 하이브', 파주출판도시의 '웅진씽크빅' 등을 설계한 한국 대표 건축가 중 한 명. 그가 맡기엔 턱없이 작은 규모였고 입지도 좋지 않아 그 자리에서 거절하고 싶었지만 사무실까지 찾아온 정성이 갸륵해 직원을 대신 현장에 내려 보냈다. 귓속말로 지침을 내린 채. "그냥 조언만 하고 완곡하게 거절하게." 그런데 현장에 간 직원이 흥분해 숨을 헐떡이며 전화를 걸었다. "소장님, 여기 장난 아니에요. 이탈리아 코모(Como·호수를 끼고 있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별장 밀집 지역)보다 나아요. 꼭 하셔야겠어요!"

춘천시 사북면 가일리, 승용차 한 대가 겨우 지나갈 수 있는 좁은 길밖에 없는 고요한 호숫가. 이곳의 전원주택 '호수로 가는 집'은 하마터면 지어지지 못했을 건축물이다. 설계 의뢰에 심드렁했던 건축가를 도면 앞으로 이끈 마력(魔力)은 자연, 그 한 가지였다.


건축가 김인철씨
"굽이굽이 고갯길을 넘어갔더니 눈을 의심케 하는 절경이 펼쳐졌다. 푸른 색으로 수렴한 물과 풀, 하늘이 거스를 수 없는 운명처럼 다가왔다." 김 교수는 "대자연 속에 점(點) 하나 찍는다는 자세로 임했다"고 했다. "자연의 점령군이 되어 '나 여기 있소' 하듯 아우성치는 건물이 아니라 자연의 일부가 되는 건물"이 지향점이었다.

자연을 거스르지 않고 정해진 예산 3.3㎡(1평)당 300만원을 맞추기 위해 나온 디자인은 노출 콘크리트로 된 박스형의 2층짜리 건물이었다. 연면적 124㎡(37.5평)로 전원주택치고도 작은 넓이였다. "재료나 형태로 말하는 건물은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물성을 최대한 드러내지 않는, '침묵하는 재료'인 콘크리트를 쓰고 가장 단순한 상자형태로 만들었다."
그렇다고 단순하기만 한 건물은 아니다. 가까이서 보면 매끈한 질감의 일반 노출 콘크리트와는 사뭇 다르다. 송판을 붙였다가 떼 거친 결을 살렸다. 외벽엔 서로 다른 크기와 형태의 네모 구멍 10여개를 뚫었다. 집 안에서 보면 이 구멍을 통해 다양한 경치가 펼쳐진다. 김 교수는 "카메라의 여러 가지 프레임을 생각하면 된다. 때론 풍경이 파노라마 사진처럼 펼쳐지고 때론 줌을 한 것처럼 가까이 보인다. 트인 공간이 많아 내부가 작지만 답답하지 않은 효과도 있다"고 했다.


2층 침실에서 외부를 바라본 모습. 정면의 유리창을 통해 호수와 산이 한 폭의 산수화처럼 펼쳐진다. 왼쪽으로 보이는 복도 역시 유리창으로 마감해 외부가 보이게 했다.
'호수로 가는 집'이라는 이름은 이 집의 주제이자 건축가의 철학과 맞닿아 있다. "건축은 땅에 하는 예술 작업이다. 땅과 어떤 관계를 맺느냐가 중요하다. 결국 건축이 자연 속으로 들어가야 한다. 이 집에선 그 자연이 '호수'이다."

시골 동네에 등장한 노출 콘크리트 집. 선뜻 받아들이기는 힘들었음 직하다. 서울에 살다 25년 전쯤 이곳으로 옮겼다는 건축주 김을식(65)씨는 "남편과 건축 잡지를 쌓아놓고 봤지만 어렵고 답도 나오지 않았다. 그냥 건축가를 믿고 모든 걸 맡겼다"고 했다. 생경한 건물을 보고 "창고 같다"던 이웃 주민들도 이젠 "동네의 명물"이라 자랑이 대단하다. 이 집이 2009년 건축가협회상을 탄 뒤로 건물을 보러 지방의 건축학도는 물론이고 외국 건축가들도 온다. 며칠 전엔 이탈리아의 여성 노(老) 건축가가 예고 없이 들러 감탄하고 돌아갔다.


(사진 왼쪽)샤워를 하면서도 외부 풍경을 즐길 수 있게 유리창을 커다랗게 냈다. 창이 마치 액자 같다. (사진 오른쪽)대자연에 점(点)을 찍겠다는 건축가의 설계 의도가 보이는 스케치. 산자락의 검은 점이 건물로 구현됐다.
건물의 설계는 건축가의 몫이지만 건물에 삶을 불어넣는 것은 건축주의 몫이다. 건축주 부부는 길을 헤매 자신의 집을 찾아온 이들에게 주저 없이 문을 연다. 때론 텃밭에서 키운 곡식으로 정성스레 차린 밥을 대접한다. 노년의 그들이 소박하게 건축, 그리고 문화를 나누는 방법이다. 김 교수는 "건축가라도 자기가 건축한 집에 선뜻 가기 쉽지 않다. 이방인이 들어가기란 더 힘든데 이분들은 항상 개방한다. '건축을 느끼게 하는' 건축주이다"라고 했다.

자연을 섬기는 건축가, 그가 만든 자연 속 한 점(點)의 집, 그 집에 사는 인심 좋은 사람들…. 저 멀리 화악산 산등성이에서 피어오르는 물안개가 빙그레 그들을 굽어보고 있었다.

건축가가 독재 권력 곁으로 가는 까닭

엄청난 돈과 반대 의견 묵살…
마음껏 초대형 건축물 공사

자유 없는 사회의 스카이라인은 소련의 끝없는 회색 아파트 건물을 떠올리게 한다.
하지만 오늘날 세계에서 가장 혁신적이고 대담한 디자인이 가장 자유가 부족한 나라의 스카이라인을 뒤바꾸고 있다. 세계적 명성을 얻은 건축가들이 자신의 야심 찬 계획을 현대 독재국가로 가져가는 이유는 무엇일까?

다니엘 리베스킨트(Daniel Libeskind)는 세계적 건축가로 베를린의 유대박물관, 덴버 미술박물관의 전향적인 확장 건물을 설계했고, 세계무역센터의 종합기본계획을 짠 사람이다. 그는 모든 곳에서-거의 모든 곳에서-일한다. 몇 년 전 그는 내게 중국에서는 절대 일하지 않겠다고 얘기했다. 1946년 폴란드에서 태어난 그는 무능한 공산당 지도자 블라디슬라브 고물카 정권 아래 살았다. 그가 일당 국가를 무시하는 데는 여러 이유가 있다.

건축 의뢰인 문제에 대한 리베스킨트의 도덕관념은 지난 2월 벨파스트에서 한 연설에서 전체주의 정권에 서비스를 제공하는 건축가들을 비판함으로써 비로소 드러났다.

“나는 건축가들이 좀 더 윤리적인 입장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건축가들이 아무데서나 일을 하는 건 문제가 있다…. 그 장소, 그 집, 그 땅이 누구 것인지, 공공 절차를 밟았는지 알 수 없다.”


리베스킨트는 왜 이제야 입을 열었을까? 건축가와 건축주와의 문제가 이제는 더 이상 피할 수 없는 현안이 되었기 때문이다. 몇 년 동안 이름난 건축가들은 민주 절차가 제대로 이행되지 않는 나라로 떼를 지어 몰려갔다.

현재 세계에서 초대형의 대담한 건축물의 공사 현장은 러시아, 중국, 페르시아 만 국가들에 있다. 공개적인 의사 결정, 지역사회 의사 반영, 공명선거-아니면 어떻든 선거 그 자체라도-등이 경제성장, 지도자의 축재 같은 문제보다 뒤로 밀리는 곳이다.

중국은 그 어느 곳보다 끌리는 곳이다. 초대형 건물 건축 붐과 집권당의 위신 세우기가 결합하면서 중국은 유명 해외 건축가들의 경연장이 되었다. 렘 쿨하스(Rem Koolhaas)의 중국 관영 텔레비전(CCTV) 본사 건물, 스위스에 기반을 둔 헤르조그 앤 데뫼론(Herzog & de Meuron)의 베이징올림픽 주경기장, 노만 포스터(Norman Foster)의 세계에서 가장 큰 건물인 베이징 국제공항 신청사 등이다.


아부다비의 문화·교육개발 프로젝트 청사진. 프랑스 루브르(Louvre) 박물관 사상 최초의 해외 분관.
베이징 국제공항 신청사는 결국 모스크바에 있는 포스터의 또 다른 거대 구조물에 따라잡힐 것이다. 크리스털 아일랜드라고 명명된, 유리와 강철로 만들어진 ‘도시 안의 도시’는 2014년 완공 예정이며, 노만 포스터가 러시아에서 진행 중인 몇몇 프로젝트 가운데 하나다.

이주 노동자의 노동환경이 고질적 인권 문제로 거론되는 걸프 지역에서는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연합이 석유로 벌어들인 돈을 거대한 건설 프로젝트로 돌리고 있다. 미국 SOM(Skidmore, Owings & Merrill)이 설계한 버즈두바이타워는 세계에서 가장 높은 건물이며, 다양한 쿨하스 프로젝트가 있고, 건축계 슈퍼스타인 타다오 안도(Tadao Ando), 프랭크 게리(Frank Gehry), 자하 하디드(Zaha Hadid), 장 누벨(Jean Nouvel) 등은 아부다비에 박물관을 포함한 문화 지구를 만들고 있다.

영국계 이라크인, 하디드는 또한 오일머니를 좇아 아제르바이잔 문화센터를 설계했는데, 아제르바이잔은 프리덤 하우스나 휴먼 라이트 워치로부터 높은 점수를 얻지 못한 나라다. 게다가 그 문화센터는 전 KGB 관료로서 석유가 풍부한 중앙아시아의 이 공화국을 철권 통치하다가 2003년 사망한 헤이다르 알리예프(Heydar Aliyev)의 이름을 딸 것인데, 그의 아들 일함(Ilham) 역시 아버지를 따라 흉내만 낸 자유선거로 대통령직을 승계했다. 충성스러운 하디드는 작년에 알리예프의 묘지에 헌화했다.


중국 베이징 서우두 국제공항 3터미널
건축가들에게 가장 매혹적인 곳
건축가들이 권력과 이중적인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불가사의한 일은 아니다. 권력자가 없으면 일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맨해튼에서든 두바이에서든 싱가포르에서든 대형 건물은 한마디로 의지의 표현이다. 그 의지는 의뢰인의 것이고, 그 의뢰인이 개발자든, 박물관 관장이든, 독재정권이든 개의치 않는다.

건축가들이 선호하는 건 엄청난 돈을 감당할 수 있고, 반대 의견 따위는 가볍게 웃어넘길 수 있는, 한마디로 두려움을 모르는 의뢰인이다. 에미르나 블라디미르가 마음대로 지배하는 곳에서 즉, 현금이 넘치고, 야망은 끝이 없고, 반대 의견은 경찰이나 감옥이 알아서 처리해 주는 곳에서 일을 할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매혹적이겠는가.


올림픽을 겨냥해 세계 최대 규모로 탈바꿈하는 베이징 서우두 공항 제3터미널의 조감도
블라디미르 푸틴의 러시아를 예로 들어보자. 스코틀랜드 건축 기업 RMJM은 작년 상트페테르부르크의 새 가즈프롬 타워 설계를 따냈다. 친절히 설명하자면 가즈프롬은 푸틴이 낙점한 후계자이자 러시아 새 대통령인 드미트리 메드베데프가 회장으로 있던 거대 천연가스 기업이다.―기록을 보면 그 설계 공모전에 다니엘 리베스킨트도 참여했다고 한다.

옥타센터(Okhta Center)라고 불리는 새 건물은 그 건물의 3분의 1 높이의 한 종탑이 현재 가장 높은 건물인 동시에 1300피트 높이로, 러시아 국내외의 반대를 누르고 지어진다. 새 타워 건축을 반대하는 편은 상트페테르부르크 건축가 조합, 국립 에르미따쥐 박물관(State Hermitage Museum), 유네스코 등 저명한 단체들인데, 이 도시의 세계문화유산 지위를 폐지하겠다고 위협한다.

월곡동 초고층 주상복합 희림건축, 설계공모 당선

  • 한윤재기자 yoonjae1@chosun.com
    입력 : 2005.10.20 18:19 / 수정 : 2005.10.20 18:19

    • 서울 성북구 월곡동에 2009년 들어설 초고층 주상복합 건물의 현상설계공모 당선작<조감도>이 발표됐다. 성북구는 20일 월곡동 46-73호 외 72필지 4234평 부지에 들어설 지하 5층, 지상 40층 규모의 초고층 주상복합 건물 설계공모에서 희림건축사무소의 제안서를 선정했다고 밝혔다. 이 건물은 2006년 5월까지 설계를 마치고 공사에 들어가 2009년 4월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성북구는 지난 7월 월곡동 특별계획구역 개발사업에 따라 주상복합건물 설계안을 공모, 총 7개의 작품 가운데 이날 당선작을 정했다.



  • "다 부수고 새로 짓는 한국의 재건축 방식은 잔인"

    세계적 건축가 피터 프란 訪韓 인터뷰

    "(한국과 마찬가지로)중국도 재건축·재개발을 하면서 모든 걸 다 부수고 새로 짓습니다. 이건 매우 잔인한 개발 방식이에요."

    최근 방한한 세계적 건축가 피터 프란(Peter Pran·75)은 본지와 가진 인터뷰에서 전면 철거를 선호하는 한국식 재건축·재개발사업 방식에 의문부호를 달았다. 그는 "건물은 하나의 유기체여서 짓는 순간부터 주변 지역과 소통하며 존재 이유를 지닌다"며 "너무 낙후된 지역을 제외하고 왜 건물이 그곳에 들어섰는지를 생각하는 개발 방식을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 40여년간 싱가포르·노르웨이·두바이 등 세계 주요도시에서 랜드마크 빌딩을 디자인한 건축가 피터 프란은 “진정한 랜드마크 빌딩은 주변과 소통하고, 주변을 변화시키는 힘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희림건축 제공
    그는 최근 국내 최대 규모 건축설계회사인 희림과 손잡고 미국 뉴욕에 '피터프란플러스에이치(PETERPRAN+H)'란 합작법인을 세웠다. 우리나라 건축설계사무소가 미국에 법인을 세우기는 처음이다.

    노르웨이 출신의 피터 프란은 건축·설계디자이너로 40년을 일한 베테랑으로 미국 유명 설계회사인 NBBJ의 디자인 소장을 역임했다. 우리나라와는 지난 1997년 뚝섬에 지을 예정이었던 LG트윈스 돔구장 디자인으로 첫 인연을 맺었다. 이후 싱가포르·노르웨이·두바이·미국 등지에서 여러 건물을 설계했다.

    그는 건물은 유기체이며 이를 잘 보여주는 대표적인 예가 랜드마크라고 말했다. "진정한 랜드마크는 주변과 소통하는 힘을 가진 빌딩입니다. 주변을 변화시키는 기능을 가진 빌딩이 진정한 랜드마크예요."

    그는 한국의 건축 디자인 수준이 매우 높아졌다고 말했다. 그는 "15년 전 한국과 지금의 한국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라며 "미국 대학에서 건축학을 강의할 때 우수한 학생 10명 중 6명은 한국 학생인 점도 이제 더는 놀랄 일이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나라 고층 빌딩이 서양과 비슷해 독창성이 없지 않으냐는 질문에 "서양 문화가 확산되는 현상이 건축에도 반영된 것"이라면서도 "곡선의 미와 같은 한국 색이 첨가되면서 더 창의적으로 표현된 건물도 많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의 설계·디자인 수준이 중국은 물론 러시아나 싱가포르보다 더 낫다고 평가했다. 피터 프란은 "러시아의 가장 멋진 건물보다 한국의 가장 멋진 건물 디자인이 더 우수하다"며 "한국은 건축 디자인 분야에서도 압축 성장을 거듭하는 모습"이라고 평가했다.

    보이십니까, 이 남자가 다시 세운 '영국의 자존심'

    270년 역사 '로열런던병원' 증·개축한 한국계 건축가 크리스 윤
    "건물 아닌 예술을 만드는 과정 외벽 色 고르는 데만 1년…
    '빨리빨리' 한국선 상상 못할 일"

    영국 런던의 이스트런던 지역에 있는 로열런던병원(The Royal London Hospital)은 역사가 270년이 넘는 유럽 최대 규모의 종합병원이다. 영국의 자존심과도 같은 이 병원은 몇 해 전만 해도 명성에 걸맞지 않게 '지저분한 병원'이라는 오명을 갖고 있었다. 낙후된 지역에 위치한 데다 수백년 동안 무질서하게 병원이 팽창됐기 때문이었다. 그랬던 병원이 최근 대규모 증·개축을 통해 유럽 최고의 병원으로 부활했다. 7년여 동안 16억파운드(약 2조7800억원)가 들어간 영국 병원 역사상 가장 큰 프로젝트였다.


    전기병 기자 gibong@chosun.com
    이 역사적인 프로젝트를 담당한 주인공은 한국계 영국인 건축가 크리스 윤(43·한국명 윤성준)씨였다. 윤씨는 전 세계 3000여명의 직원을 둔 미국계 대형 건축설계사무소 HOK의 런던법인 부사장이다. 그는 서울에서 태어나 고교 시절 미국으로 이민갔다. 컬럼비아대 건축대학원을 졸업하고 미국에서 활동하다가 1997년 영국으로 무대를 옮겼다. '현대 건축의 전시장'으로 불리는 런던에서 '바클레이스은행(Barclays Bank) 본사', '바츠(Barts)병원', '웨스트 인디아 키' 등의 건물을 설계하며 활약 중이다. 최근 안식년을 맞아 한국에 들어와 동부건설에서 고문을 맡고 있는 윤씨를 만났다.


    왼쪽 파란색 외벽의 신축 건물이 크리스 윤이 증축한 로열런던병원이다. 노먼 포스터가 지은‘거킨 빌딩’(사진 속 오이처럼 생긴 건물)을 비롯해 유명 건축가의 건축물과 이웃하고 있다. /크리스 윤 제공
    "로열런던병원은 건물 자체도 뜻깊지만 영국 건축문화의 저력을 배울 수 있었던 기회였어요." 윤씨는 영국이 왜 건축의 선진국인지를 보여주는 시스템을 강조했다. 로열런던병원 증·개축의 경우 현상 설계는 2004년에 발표됐지만 프로젝트 구상은 그보다 10년 앞선 1990년대 중반에 시작됐다. "건물 소유주인 NHS(National Health Service·국민건강보험)는 단순히 병원 하나를 짓겠다는 게 아니라 역사적으로 길이 남을 건축물을 짓겠다는 생각으로 접근했어요."

    NHS는 개념미술 1세대로 유명한 영국 작가 마이클 크레이그 마틴을 이 건물의 아트 디렉터로 선정해 윤씨와 함께 작업하도록 했다. 윤씨는 "병원 건물에는 잘 안 쓰는 코발트 블루와 터키 블루를 외벽에 썼는데 그 색을 찾는 데만 1년 넘게 걸렸다"며 "'빨리빨리'를 외치는 한국에선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라고 했다.


    보잉 747기가 돌진해도 끄떡없게 지은 바클레이스은행 런던 본사 건물(위). 건물 내부에는 아래 사진처럼 수직 정원이 들어가 있다.
    역사적인 건물이었기 때문에 '잉글리시 헤리티지(English Heritage)', 'CABE(Commission for Architecture and the Built Environment·건축환경위원회)' 등 8개 비영리 문화단체로부터 디자인 심사를 받아야 했다. 윤씨는 "여러 사람이 합심해 디자인 감각을 모아 예술을 탄생시키는 과정이었다"며 가이드라인 없이 마구잡이로 이뤄지는 한국의 공공건축과 비교했다.

    런던의 국제금융지구 카나리 워프에 있는 바클레이스은행 본사 설계는 잊을 수 없는 프로젝트다. 외국 건축가에게 지나치리만큼 폐쇄적인 영국 금융회사인 바클레이스가 윤씨에게 프로젝트를 맡기기로 한 날 9·11 테러가 터졌다. 이후 바클레이스측은 "보잉 747기가 돌진해도 끄떡없는 건물을 지어달라"고 특별 주문했다. 그래서 이 건물은 중심에 콘트리트 1m 두께의 엘리베이터 코어를 만들어 비행기가 돌격해도 외벽은 무너지지만 골조는 무너지지 않는 구조를 적용했다.

    한국 건축을 바라보는 시선엔 안타까움이 많이 묻어났다. "다니엘 리베스킨트, 마리오 보타처럼 고층 건물 경험이 거의 없는 건축가가 한국에서는 전공과 무관하게 고층 건물을 짓는 건 아이러니지요. 이름만 보고 외국 건축가를 데려와서는 안 돼요. 결국 우리의 훌륭한 건축가들이 설 땅을 그들이 가지고 가는 거니까요." 윤씨는 "해외에서의 경험을 발판으로 고국에서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는 공공건물을 짓는 게 꿈"이라고 했다.

    [Why] 광화문광장 '쌍둥이 빌딩'… 똑같게 지어진 사연은?

    왼쪽은 '정부청사'로 61년 완공 오른쪽은 '美 경제협조처' 건물
    美서 설계할때 옆건물도 같게 해

    현재의 문화체육관광부 청사 자리에 들어설 대한민국 역사박물관은 내년 1월까지 건립 기본계획을 수립한 뒤 2012년까지 공사를 마칠 계획이다. (본지 10월 21일자 보도)

    서울 한복판 광화문광장 동쪽의 문화체육관광부 건물과 미국 대사관 건물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고개를 갸우뚱거리기 십상이다. 전혀 다른 성격의 건물인데 마치 쌍둥이처럼 외관이 똑같기 때문이다.

    이 건물들은 누가 무슨 목적으로 지은 걸까? 김정동(金晶東) 목원대 건축학부 교수는 최근 '대한민국역사박물관 건립 기본계획' 심포지엄의 발제강연을 통해 "두 건물은 반드시 보존해야 할 역사적 가치가 있다"고 주장했다.

    대한민국 역사박물관이 들어서게 되는 서울 광화문광장 동쪽 문화체육관광부 청사(왼쪽)와 미국 대사관 건물(오른쪽)은 성격이 다른 건물인데도 색깔만 다를 뿐 마치 쌍둥이처럼 똑같다. 이 두 건물과 그 자리는 우리 현대사의 온갖 사연들이 농축돼 있는 곳이다. / 이진한 기자 magnum91@chosun.com
    무슨 얘길까? 조선시대 지금의 세종로 좌우에는 육조(六曹)가 밀집해 있었다. 문화부 자리에는 이조(吏曹) 건물이 있었다. 미 대사관 자리는 서울시청 격인 한성부(漢城府)였다.

    일제 강점기 이 건물들이 헐렸다. 1915년 그 자리에 조선총독부 토지조사국 분실이 들어섰다. 1921년에는 경찰관 강습소로 바뀌었다. 이 건물은 6·25 전쟁 때 파괴됐는데 1950년대 내내 공터로 남아 있었다.

    김정동 교수는 "당시 이곳에서 이승만(李承晩) 대통령도 참관한 연날리기 대회가 열렸는데 흙바닥 위에 가마니를 깔고 행사를 치렀다"고 말했다. 이곳에 새 건물 두 채를 짓기 시작한 것은 1959년의 일이었다.

    전쟁 직후 정부청사였던 중앙청(옛 총독부 건물)은 내부가 불타고 부서져 당장 활용하기 어려웠다. 이 때문에 1954년 새 정부청사 신축계획이 마련됐는데 그 자리가 바로 이 공터였다.

    그런데 돈 없는 나라에서 어떻게 정부청사 건물을 세울 것인가? 결국 공사비는 대외원조자금으로 해결했다. 설계와 시공은 각각 미국의 태평양건축 엔지니어(PA&E)와 빈넬(Vinnel)사가 맡았다.

    왼쪽(현 문화부)은 정부청사, 오른쪽(현 미대사관)은 주한미국 경제협조처(USOM) 건물로서 지어졌다. 왜 두 건물은 똑같은 모습일까? 김 교수는 "미국이 자기들 건물을 설계하는 김에 옆 건물 설계도 같이 한 것"이라고 했다.

    정작 이 두 건물의 건축을 주도한 사람이 미국인이 아니라 한국인 이용재(李龍在·1897~1974)였다는 사실은 기억될 필요가 있다. 김 교수는 "이용재야말로 잊혀진 한국 건축계의 선구자였다"고 말했다.

    함북 성진 출신으로 3·1운동 때 옥고를 치른 이용재는 일본 도쿄(東京)고등공업학교(현 도쿄공대) 건축과를 졸업하고 광복 뒤 미 군정청 건축서장으로 일했다. 대천해수욕장 호텔, 충주비료공장, 동래관광호텔의 건축에도 참여했다.

    그는 정부청사·USOM '쌍둥이 건물'의 건축 당시 빈넬사 주임기사였다. 설계·시공·감리가 명확히 나뉘지 않았던 당시 상황에서 이용재는 도면 몇 장만 가지고 현장에서 실제로 건물을 짓는 역할을 맡았다.

    지하 없는 지상 8층짜리 철근콘크리트 건물이 1961년 이렇게 완공됐다. 김 교수는 "두 건물은 1950년대 세계 건축계를 지배하던 양식을 드러내고 있다"고 했다. 1958년 프랑스 영화 '사형대의 엘리베이터'에 등장하는 사건의 주 무대가 바로 이런 양식의 건물이라는 것이다.

    슬래브(slab·콘크리트를 부어서 한 장의 판처럼 만든 구조물) 구조로 된 이 건물에는 기둥 사이를 연결하는 들보가 없다. 이 때문에 층고가 낮아 보이면서 날렵하고 모던한 인상을 준다.

    이곳은 또한 '한국인의 손으로 지어진 최초의 정부청사 건물'이라는 의미가 있다. 건물 공사 중에 5·16이 일어났고 1961년 6월 19일 국가재건최고회의가 왼쪽 건물에 먼저 둥지를 틀었다.

    1963년 경제기획원이 들어선 이후에는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을 비롯한 정책들이 수립된 현장이다. 1986년에는 문화공보부(문화부의 전신) 청사로 바뀌었다. USOM이 쓰던 오른쪽 건물에는 1968년부터 미 대사관이 들어섰다.

    김 교수는 "최근 문화부 청사 자리에 대한민국 역사박물관을 세우기로 결정하면서 기존 건물을 헐고 다시 짓자는 말이 나와 깜짝 놀랐다"며 "원래 모습을 훼손하는 리모델링도 곤란하다는 의견을 냈다"고 말했다.

    이 건물은 건립 50주년이 되는 2011년부터는 근대문화재로 등록될 자격도 갖추게 된다. 문화부 관계자는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현재 건물을 리모델링하는 선에서 놔둔 채 박물관을 위해 증축 공사를 하려 한다"고 했다.

    대한민국 역사박물관 건립은 이명박(李明博) 대통령이 작년 8월 "60년의 짧은 기간에 근대화와 민주화를 성취한 기적의 역사를 후손들이 배우고 민족적 자부심을 느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한 뒤 추진되는 사업이다.

    "칙칙한 빌라는 가라"‥금호동 '와이하우스' 가보니

    5일 서울 성동구 금호동 2가 골목 어귀. 여느 다세대 촌(村)과 다를 바 없이 급경사에 구불구불하게 이어지는 길 곁으로 2·3층 규모의 빌라 수백여채가 들어서 있었다. 빌라마다 형태는 다르지만 대부분 은색 철제 현관이 붙어 있었고, 붉은 벽돌로 시공된 건물들이었다. 계단은 건물 밖으로 드러나 있었으며, 쓰레기 봉지나 흙만 담긴 폐(廢)화분들도 집 밖에서 훤히 보였다. 그런데 이곳에 강남 압구정동에 있을 법한 이색적인 건물 1개 동이 들어서 있다. 디자인 업체의 사옥 혹은 갤러리 같았다.

    이 건물의 이름은 ‘Y-house’(와이하우스). 건물 용도는 다세대 주택, 통상 ‘빌라’다. 지난 5일 이곳을 방문했을 때는 건물 대지의 경사를 이용해 만든 공동 쉼터에서 아이들이 뛰놀고 있었다.


    ◆ 동네 분위기 확 바꾼 금호동 ‘명물’
    “이 건물이 들어서고 나서 그래도 이 동네가 좀 밝고 깔끔해진 것 같아요. 처음에는 사람들이 웬 회사가 이 산꼭대기까지 올라왔나 싶었는데 빌라라고 해서 놀랐어요” -금호동 2가 인근 주민

    와이하우스는 전용면적 85㎡ 4가구, 115㎡ 2가구로 구성된 다세대주택으로 115㎡형은 2개 층을 터 놓은 중층 스튜디오 방식으로 설계됐다. 도로와 접해 있는 115㎡형 2가구는 북향으로 사무실 겸 준(準)주거공간으로 사용할 사람들을 위해 설계됐다. 북향보다 주거공간으로서 가치가 높은 남향 쪽에는 85㎡형 4가구가 층마다 자리하고 있다.

    이 빌라의 설계자인 ‘와이즈건축’의 부부 건축가 장영철(41)·전숙희(36)씨는 “향(向)은 채광을 결정하는 요소이기 때문에 건축적으로 대단히 중요하다”며 “큰 고민 없이 설계되는 수많은 빌라는 북향에도 남향과 같은 형태의 유닛을 껴 넣지만, 이는 주택 가격을 하락하게 할 뿐만 아니라 이 집에 사는 사람들에게도 불편을 끼치는 일”이라고 말했다.

    이 빌라는 외부에서 바라볼 때 더욱 독특하다. 도로를 접한 2개 면에 반(半)투명의 폴리카보네이트(polycarbonate)를 붙여 내부에 조명을 켜면 은은하게 빛이 외부로 퍼진다. 기능적으로도 이 자재는 단열 성능이 우수하고 고음의 소음 방지 효과가 있다.

    전숙희 건축가는 “천편일률적인 빌라 촌에 한국에서 잘 쓰지 않는 소재를 쓴 독특한 디자인의 빌라가 들어서자 주위에서 관심이 많다”며 “인근 시세보다 비싼 가격에 임대를 내놨지만, 계약자를 찾는 것이 어렵지 않았고 현재도 계속 문의가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 “‘집장사’에 당하지 말고 설계·시공·감리 따로 하세요”
    “이 건물이 세간의 관심을 끌게 된 것은 보급형 주택임에도 차별화된 디자인으로 건물의 가치를 높였고, 시공 비용도 일반 신축 빌라와 동일한 수준으로 맞춰 현실적이라는 평가를 받았기 때문입니다” -장영철 건축가

    이 건물의 짓는데 든 비용은 3.3㎡당 350만원으로 설계사무소가 아닌 소위 ‘집장사’를 통해 설계·시공·감리를 진행한 비용과 비슷한 수준이다. 오히려 이 건물의 건축주가 장영철·전숙희 건축가를 만나기 전 금호동 인근의 집장사에 받아온 견적은 3.3㎡당 380만원이었다. 건물 설계를 ‘찍어 내듯’ 하루 이틀에 해버리는 ‘집장사’와 달리 통상 3~4개월을 설계에 몰두하는 건축가가 책정한 비용이 더 쌌던 것이다.

    전숙희 건축가는 “‘집장사’ 업자들은 건축주에게 설계·인허가·시공·감리까지 모두 묶어 ‘패키지’(package)로 하면 비용을 절약할 수 있다고 접근하지만, 대부분 이윤을 극대화하기 위해 설계나 시공 중 한쪽을 희생시킨다”며 “설계를 고민 없이 하루 이틀에 찍어내거나, 시공 과정 중 자재를 싼 것을 사용하는 것이 비일비재하다”고 말했다. 또 “시공과정을 검사하는 감리 절차도 자신과 친분이 있는 사람을 고용하기 때문에 감리 절차 자체가 무의미한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덧붙였다.


    ◆ “서울 ‘자투리’땅에 제대로 된 다세대 타운 짓고 싶어요”
    장영철·전숙희씨는 올해 문화체육관광부 주관의 ‘젊은 건축가상’을 받았다. 기존 건축의 관심 영역을 벗어나 새로운 개념의 건축 작업을 펼쳤다는 평가였다.

    이 부부 건축가는 다세대 주택 건축에 애착을 갖고 있다. 서울시만 놓고 보더라도 다세대·단독주택 수요가 아파트를 뛰어넘지만, 아파트 만큼 다세대 주택 건축에 대한 인식 변화와 혁신이 없었기 때문이다.

    장영철 건축가는 “와이하우스가 완공된 이후 세간의 관심을 끌면서 SH공사 관계자도 이곳을 방문했다”며 “서울시 측에서도 300~500평 수준의 자투리땅을 효율적으로 이용하는 방법으로 주거 품질을 높인 다세대 주택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장 건축가는 향후 이와 관련된 작업이 많아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다만 두 건축가는 열악한 국내 건축 환경을 그대로 유지한다면 혁신적인 다세대 주택의 등장은 어려울 것이라고 우려했다.

    전숙희 건축가는 “미국·영국·프랑스·일본의 경우를 보면 시(市) 자체적으로 역량 있는 건축가 풀(pool)을 운영하면서 그들이 서로 팀을 이뤄 공공 건축 부문에 기여할 수 있도록 한다”며 “그러나 국내의 경우 5000만원 이상의 발주는 입찰 방식으로 이뤄지는데 젊은 건축가들은 도전할 수도 없을 만큼의 실적을 요구해 창의적이고 최신 트렌드에 맞는 건축 설계가 어려운 구조”라고 꼬집었다.

    용산역세권 개발사업 4년여만에 첫삽

    11일 용산정비창에서 기공식 개최
    계획확정 4년여만에 본격 철거·개발
    드림허브 "2016년 12월까지 완성"

    서울 용산구 한강로 일대를 호텔·백화점·쇼핑몰 등 복합도시로 만드는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사업이 4년여 만에 첫 삽을 떴다.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사업의 자산관리회사인 용산역세권개발㈜은 용산구 한강로 3가 용산정비창에서 기공식을 갖고 본격적인 철거·토목공사에 들어간다고 11일 밝혔다.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사업은 용산구 한강로3가 40-1번지 일대 56만6800㎡(약 17만평)를 호텔·백화점·쇼핑몰 등의 상업시설과 문화·주거시설을 갖춘 복합도시로 짓는 사업이다. 이 사업은 2006년 8월에 확정됐으나 부동산 경기가 침체하고 자금 조달에 난항을 겪으면서 좌초 위기까지 몰렸었다.


    용산역세권 개발사업이 완성된 후의 예상 모습./사진=용산역세권개발 제공
    이날 기공식에는 장광근 국회 국토해양위원장과 허준영 코레일 사장 등 2000여명이 참석했다. 허준영 사장은 “대한민국의 경쟁력을 한 단계 상승시킬 국가적 프로젝트인 만큼 세계적인 명품도시를 조성하기 위해 모든 노력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용산역세권개발㈜은 랜드마크 빌딩을 매각해 약 4조원의 사업자금을 확보하고 5조3000억원의 토지대금 납부시기는 준공 시점으로 연기돼 원활한 사업 추진이 가능해졌다고 설명했다. 용산역세권개발㈜ 관계자는 “자금 유동성이 확보된 만큼 지연된 사업일정을 만회해 2016년 12월까지 공사를 마무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용산역세권개발㈜은 향후 실시계획인가 등을 거쳐 내년 말까지 건축허가를 모두 끝낼 예정이다.

    용산구 서부이촌동 보상업무는 서울시 산하 공기업인 SH공사가 전담하고 주민들과 합의해 물건조사 등 보상업무도 본격적으로 착수할 계획이다.

    용산국제업무지구에서 나올 공사 물량은 약 10조원으로 추산돼 건설업계도 활기를 띨 전망이다. 100층 높이의 랜드마크 빌딩과 함께 용산을 대표할 ‘부티크오피스’와 ‘랜드마크호텔’은 70층이 넘는 초고층으로 지어지게 된다.




    용산역세권 개발사업 구역 안에 들어설 랜드마크 빌딩의 조감도./사진=용산역세권개발 제공
    이번 사업이 본격적으로 진행되면서 국내 최고(最古) 철도시설로 명맥을 이어오던 용산정비창은 107년 만에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됐다. 용산정비창은 1927년 국내 최초의 증기기관차와 함께 이승만, 박정희 대통령 전용열차를 제작했으며 1970년 이후에는 수도권 전동차와 새마을호, 무궁화호 열차 정비 등을 맡아왔다.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 시행자인 ‘드림허브프로젝트금융투자㈜’ 김기병 회장은 “세계 3대 경제 대국인 중국과 일본의 가운데 위치한 핵심관광명소이자 문화의 중심지로 역사가 용산의 가치를 증명할 것”이라고 말했다.

    [부동산라운지] 부산 아파트, 일본인 특수? "그런거 없는데예"

    ‘일본인들이 대지진 이후 부산 아파트로 몰려든다?’

    지난 3월 일본 대지진 및 후쿠시마 원전사고가 난 이후 부동산 업계에서는 일본인들의 이른바 ‘부산 러쉬’에 대한 소문이 퍼졌다. 자연재해에 대한 불안감으로 부산의 신규 아파트나 고급 주상복합, 오피스텔에 일본인 수요가 몰린다는 것이었다. 게다가 최근까지 원화에 대한 엔화가치가 상승세를 이어가면서 일본인들이 현금을 싸들고 온다는 말까지 나돌았다.

    최근 부산 센텀시티에서 분양했던 ‘더샵 아델리스’, ‘WBC더팰리스’ 등의 고급형 오피스텔 분양 관계자들도 인터뷰를 통해 10억원을 호가하는 고급형 주상복합·오피스텔에 일본인들이 예년보다 많이 계약했다고 말했다. 일부 언론에서는 부산 용당세관을 통해 들어오는 올 상반기 이사건수가 작년 같은 기간보다 30% 이상 증가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러나 일본인들은 정작 주택을 사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부산시청 자료에 따르면 올해 2분기(4~6월) 일본인이 부산시의 부동산 자산을 취득한 건수는 단 4건에 불과했다. 지난해 2분기에도 취득 건수는 4건이었다. 현재 일본인이 부산시 내 보유한 부동산 건수는 총 157건으로 지난해 1분기부터 현재까지 각 분기당 154~159건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금액은 총 2993억원 수준이다.

    부산시청 토지정보과 관계자는 “일본인들이 부산 아파트·오피스텔·주상복합을 다수 사들인다는 소문이 많은 것 같다”며 “수치상 나와있는 것 처럼 큰 변화는 없기 때문에 그저 소문이거나, 일본인들이 문의만 많이 했지 사지는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곳저곳에서 일본인들의 부동산 취득·처분 현황을 묻는 사람들이 너무 많아 일본만 따로 자료를 만들어 놓을 정도”라고 덧붙였다.

    또 부산 남구 용당동에 용당세관을 통해 일본에서 넘어오는 이사 물건들은 대부분 부산 수요가 아닌 것으로 나타났다. 즉 일본에서 부산으로 이사 오는 사람은 많지 않다는 것이다. 용당세관 관계자는 “일본과 가까운 세관이 용당이기 때문에 넘어오는 이사 물량이 많지만, 그 이사 물건이 부산에 남아 있는 경우는 별로 없다”며 “오히려 내부 조사에 따르면 용당세관으로 넘어온 이사 물건은 서울·경기로 대부분 올라간다”고 말했다.

    현지 부동산 중개업소들도 일본인의 ‘부산러쉬’에 대해 의문스럽다는 반응을 보였다. 일본인이 찾아와 묻는 경우보다 일본인이 그렇게 많이 찾아오느냐고 묻는 수도권 사람들의 전화가 훨씬 많다는 푸념도 섞여 나왔다.

    부산 해운대구의 한 중개업소 사장은 “(일본인 수요가)아예 없진 않지만, 한 달에 한번 있을까 말까 한 일”이라며 “설사 문의가 많다 해도 이미 해운대의 집값은 오를 데로 올라 실제 계약으로 이어지기는 상당히 어려울 것”이라고 분석했다. 또 이 사장은 “최근 부산에서 신규 분양이 많은데 분양 업체들이 일본인들이 몰려와 매입한다는 소문을 일부러 내 주택 품질이 높고 인기가 좋은 것처럼 포장하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건축 기술력, 상상을 현실로 만들어야"

    [머니투데이 전병윤기자][김석준 쌍용건설 회장, 세계초고층도시건축학회 컨퍼런스 발표] "앞으로 빌딩 시공 능력은 꿈을 현실로 얼마나 온전히 구현할 수 있느냐 초점을 맞출 겁니다."
    김석준 쌍용건설 회장은 10일 서울 코엑스 그랜드볼룸서 열린 세계초고층도시건축학회 국제 컨퍼런스에서 발표를 통해 "지면과 최고 52도 기울어져 세계에서 가장 까다로운 건설로 평가받은 '마리나 베이 샌즈 호텔'을 완공하는 과정에서 설계자와 타협을 통해 변경하지 않고 당초 도면대로 만들기 위해 수많은 새로운 공법을 적용해 이뤄냈다"며 이같이 밝혔다.

    김 회장은 "마리나 베이 샌즈의 설계자였던 '모쉐 사프디'가 준공 후 건물을 쳐다보며 "정말 놀랍다"고 감탄했을 정도"라며 "초고층 빌딩 건축의 기술력을 높이는 계기였다"고 강조했다.

    쌍용건설은 이 과정에서 세계 최초로 포스트 텐션과 특수 가설 구조물 설치 공법 등을 사용했다. 특히 언어와 생활습관이 다른 다국적 근로자들이 2교대로 24시간 공사에 참여하면서도 1200만 시간 무재해 기록을 달성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당시 김 회장은 공사현장을 42번 방문했을 정도로 완벽한 시공을 위해 공을 들였다고 회상했다.

    그는 건축물을 지을 때 특히 설계자와 시공사간 '교감'을 강조했다. 특히 설계와 시공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지만 오랫동안 서로 편견을 갖고 있다고 아쉬움을 표현했다. 그는 이제 '불편한 진실'을 고백해야 할 때라고 운을 뗐다.

    김 회장은 "설계자들은 시공사들이 거칠고 원가 절감에만 집착해 설계 변경을 요청한다고 생각하고 시공사들은 설계사들이 비현실적이고 이상만 추구한다는 편견을 갖고 있다"며 "하지만 설계자와 시공사가 소통이 막혀 협력하지 못하면 프로젝트의 완성도를 높일 수 없고 '윈윈'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설계자들이 시공사 선정 과정에서 참여하지 않는 현실도 문제"라며 "서로의 협력은 설계나 공법 못지않게 중요하며 건물의 시공 전부터 설계자와 시공사들이 서로 만나 의견을 교환하는 과정에서 건축기술의 질이 높아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번 컨퍼런스는 2004년에 이어 우리나라에서 2번째로 열렸다. 50개국 1000여명의 건축가와 디자이너, 교수, 연구자, 건설업 종사들이 모여 신재생 에너지, 초고속 엘리베이터, 그린빌딩 등의 다양한 정보와 주제발표를 오는 12일까지 실시한다.

    이날 행사에서 초고층도시건축학회는 미래의 빌딩 건축 기술력은 비대칭성과 짧은 공사기간, 안정성이 화두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삼우건축, 관광공사 신사옥 현상설계 당선

     


    삼우종합건축사사무소는 한국관광공사 신사옥<조감도> 건립공사 현상설계에서 1위를 차지했다고 11일 밝혔다.

    한국관광공사가 공모한 이 사업은 강원도 원주시 반곡동 혁신도시 내 연면적 약 3만1538㎡에 지하 1층, 지상 13층 규모로 신사옥을 짓는 것이다. 삼우건축이 주간사로, 에이앤유건축사무소가 공동사로 참여했다.

    신사옥은 우리나라를 ‘선(線)’, ‘수(繡)’, ‘루(褸)’, ‘창(窓)’이라는 모티브를 담아 전통과 현대의 조화로 표현했다. 설계 콘셉트를 ‘Touch Corea’(한국을 경험하다)로 잡고 전세계 관광객들이 보고, 느끼고, 체험할 수 있는 정보와 장소를 제공한다는 계획이다.

    건물의 배치는 한국 전통 의상인 한복의 아름답고 부드러운 곡선과 단아한 처마의 ‘선(線)’을 조합해 대지의 진입에서부터 두 팔을 벌려 환영하는 모습을 상징적으로 표현했다.

    외부공간계획은 ‘수(繡)’를 놓는다는 개념으로 자연의 빛깔, 문화의 색깔, 사람의 소통이 묻어나는 아름답고 감성적인 공간을 만들어 전통과 현대가 공존하는 매력적이고 활기찬 문화공간으로 계획했다.

    저층부는 전통건축공간인 ‘루(褸)’를, 타워는 한복의 소매와 전통건축마당에서 하늘을 바라보는 ‘창(窓)’의 이미지를 각각 재해석했다고 회사측은 설명했다.

    유럽은행들 한국서도 달러 챙기기

    구조조정 HSBC, 국내 11개 지점 産銀에 매각 추진

    유럽 최대 은행 HSBC가 한국 지점의 소매영업 부문을 산업은행에 매각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계에서는 HSBC가 미국발 금융 위기와 유럽 재정 위기로 침체 국면을 보이는 세계경제가 더 둔화할 가능성에 대비해 선제적인 구조조정에 들어간 것으로 보고 있다.

    9일 금융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HSBC는 11개 국내 지점을 산업은행에 매각하기 위해 최근 산업은행 관계자들과 접촉했다. 금융 당국의 한 관계자는 "HSBC가 본사 차원에서 글로벌 구조조정 계획을 세우고 한국의 소매금융 부문 철수를 결정하자, 영업망을 늘리려고 애쓰고 있는 산업은행이 매각을 제의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산업은행에서는 강만수 산은지주 회장이 직접 인수를 지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계에서는 이번 HSBC의 매각 추진이 남유럽 국가들의 재정 위기에 따른 '달러 가뭄' 현상에 대비해 현금을 확보하려는 움직임이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에 따르면, HSBC는 그리스 국채 50%가량을 손실로 처리했다. 금융 당국 관계자는 "HSBC가 국내 소매금융 사업을 더 키우든지 철수하든지 결정해야 하는 기로에서 글로벌 금융시장이 경색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발을 빼기로 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HSBC는 이미 지난 5월 전 세계 소매영업망을 구조조정하고 전체 직원의 10%가량인 3만명을 감원해 2013년까지 비용을 최대 35억달러 줄이겠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이를 전후해 HSBC는 러시아 소매 시장 철수를 발표했고, 미국 동북부에서 195개 지점을 폐쇄하기로 했다.

    '세계 속의 지역 은행'이라는 모토를 내걸고 87개국에서 영업을 벌이던 HSBC가 영업 전략을 큰 폭으로 수정한 것이다.

    시중은행의 한 임원은 "HSBC가 한국에서 투자 규모에 비해 상당한 이익을 냈는데도 철수하는 것을 보면 세계경제 전망을 어둡게 보고 보수적인 전략을 짜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HSBC의 국내 11개 지점 자산은 30조203억원(6월 기준)이다. 전체 여신은 7조1000억원이고, 이 중 소매금융에 해당하는 가계대출은 2조7000억원이다. 시중은행(지방은행 제외) 중 가장 작은 한국씨티은행의 가계대출 규모는 14조3000억원가량이다. HSBC 관계자는 "소매금융 부문 M&A설은 루머이고 이에 대해서는 언급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혼수 가전_똑똑한 가전, 직장인 부부 도와주네

    소비자들의 라이프스타일 변화로 혼수 가전 트렌드도 달라지고 있다. 과거에는 큰 사이즈와 디지털이 혼수 가전의 '키워드'였다. 그러나 최근 들어 필수 가전제품은 에너지 소비 효율이나 편의 기능을 따져보는 사람들이 늘었고, 구매력이 강한 30대 신혼부부 사이에서는 스마트 기능과 3D 제품이 인기를 얻고 있다. 또한 개성 있는 라이프스타일을 추구하는 커플 사이에선 신개념 취미형 가전제품도 주요 혼수 품목으로 자리를 잡았다.


    왼쪽부터 네스프레소 캡슐 커피머신, LG전자의 트롬 세탁기와 스탠드형 김치냉장고.
    예비 신부 사이에서 필수 가전으로 자리 잡은 김치냉장고는 다양한 수납이 가능한 '4도어 4룸' 스탠드형이 인기를 얻고 있다. LG전자는 최근 공간 분할과 맛 지킴 기술로 맛있는 김치 맛을 오래 유지하는 기능을 강화한 2012년형 김치냉장고 '쿼드(Quad)'를 선보였다. 상단이 양문형 도어 구조이고 아랫부분은 2개의 서랍 구조로 구성돼 칸마다 김치보관, 냉동과 냉장 등 원하는 기능으로 활용할 수 있다.

    양문형 냉장고는 공간효율성과 수납의 편의성을 높인 제품이 다양하게 출시되고 있다. 삼성전자 '지펠 그랑데 스타일'은 주부들이 냉장고에 새로운 물건을 넣을 때마다 기존 것들을 빼거나 버리는 수납의 어려움을 해결해 준다. 우유병에서 2L 물병까지 다양한 크기의 병을 2줄로 보관할 수 있다.

    세탁기는 절전·절수뿐 아니라 맞벌이 신혼부부를 겨냥한 편의 기능을 한층 강화한 제품들이 인기다. LG전자의 '트롬 6모션 2.0'은 셔츠 5장에 해당하는 세탁물 1㎏을 17분 만에 세탁부터 헹굼, 탈수까지 마칠 수 있다. 찬물 세탁 코스를 사용하면 전력 소비를 기존 드럼세탁기의 25% 수준으로 줄일 수 있고, 코스에 따라 물 사용량도 최대 44%를 절약할 수 있다.

    자신만의 라이프스타일을 가진 예비부부 사이에선 신개념 가전제품들이 혼수 품목 상위권에 오르고 있다. LG전자 '트롬 스타일러'는 바쁜 직장인 신혼부부 사이에서 주목받는 아이템이다. 매일 입는 정장·코트 등을 새 옷처럼 관리해주는 신개념 의류관리기다. 웨딩 시즌을 맞아 전년 대비 30~40%가량 판매 문의가 늘고 있다.

    맞벌이 부부 사이에선 로봇청소기도 필수 가전으로 떠오르고 있다. 삼성전자의 로봇청소기 '스마트 탱고'는 움직임 센서를 개선해 방향 전환이 용이한 유선형으로 움직임을 구현, 청소시간을 20% 단축한다. 가로·세로 각 5m의 공간을 11분 만에 청소할 수 있다.

    예비 신부들이 까다롭게 생각하는 밥 짓기를 손쉽게 도와주는 압력밥솥도 혼수에서 빠질 수 없다. 쿠첸의 '명품철정' 압력 밥솥은 열효율이 높아 초보 주부라도 손쉽게 가마솥 밥맛을 재현할 수 있게 돕는다.

    에스프레소 기계는 커피 시장의 성장과 더불어 인기 혼수품으로 자리 잡았다. 캡슐 커피 브랜드 네스프레소가 출시한 '라티시마'는 원터치로 간편하게 고급 커피를 즐길 수 있다.

    <경기4> 정조 효심이 만든 한국 성곽의 백미 수원화성 성곽 걷기

    등산 전문기자들이 직접 다녀온 둘레길 33

    수원화성(華城)은 정조의 효심이 만들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정조는 즉위하자 당쟁으로 인해 뒤주 속에서 참혹하게 죽음을 당한 아버지 사도세자의 능을 수원 남쪽 화산으로 옮긴다. 그리고 화산에서 가까운 수원 땅에 2년 10개월(1794~1796년)에 걸쳐 기존의 읍성을 고쳐 화려하고 웅장한 성곽을 축성한다. 수원화성은 당대의 철학, 과학, 문화가 총 집결했기에 ‘18세기 실학의 결정체’라 불린다. 그 우아한 아름다움과 ‘거중기’ 같은 기계를 활용한 과학성은 한국 성곽의 백미로 꼽히고, 1997년에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됐다.

    정조가 군사를 호령하던 서장대
    수원화성은 둘레 5.7㎞, 성곽 안쪽은 39만 평으로 서울성곽과 비교하면 절반쯤 되는 아담한 규모다. 동쪽 지형은 평지를 이루고, 서쪽은 143m 높이의 팔달산에 걸쳐 있는 전형적인 평산성(平山城, 평지와 산을 이어 쌓은 성의 형태)이다. 다른 성곽과 달리 군사 기능 외에 상업 기능을 갖춘 것이 특징이다. 화성은 도로와 시장이 들어찬 팔달문 주변을 제외하고는 성곽을 따라 전 구간을 끊어짐 없이 한 바퀴 돌 수 있다. 40여 개의 망루와 누각이 포진해 걷는 내내 지루할 틈이 없다.

    성곽 걷기의 출발점은 대중교통이 편리한 팔달문이 좋다. 팔달문은 전체가 거대한 가림막으로 둘러싸여 있다. 그동안 여러 차례 보수했지만, 지붕까지 완전히 해체해 보수하는 것은 팔달문 완공 이후 216년 만에 처음 시도하는 작업이라고 한다. 보수가 완성되는 올 12월에는 원형에 가까운 참모습을 만날 수 있다.

    팔달문 왼쪽 골목으로 들어가 팔달문관광안내소에서 안내지도를 받고 출발한다. 성곽을 따라 이어진 급경사 돌계단을 15분쯤 오르면 서남암문을 만난다. 암문은 성곽의 비밀통로로 은밀한 곳에 개구멍처럼 뚫린 것이 일반적이지만, 화성의 암문은 제법 크고 위엄 있다. 암문 밖으로 제법 널찍한 길을 따라 외성이 이어지는데, 그 길을 용도(甬道)라고 한다. 170m쯤 되는 호젓한 용도의 끝에는 서남각루(화양루)가 그림처럼 앉아 있다. 다시 서남암문으로 들어와 서암문을 지나면 팔달산 정상에 자리한 서장대가 나온다. 장대는 장수가 군사를 지휘하던 곳이다. 화성에는 동장대와 서장대가 있는데, 화성의 총 지휘본부는 2층 구조의 웅장한 서장대가 담당했다. 정조는 서장대에서 직접 군사를 지휘했다고 한다. 그의 신호에 따라 화성 전체의 군사들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모습은 상상만 해도 장관이다.
    앞쪽으로 보이는 화성행궁은 정조의 임시거처로 쓰인 곳이다. 정조의 어머니인 혜경궁 홍씨의 회갑연을 열었던 봉수당, 정조가 활을 쏘던 득중정, 궁녀와 군인들의 숙소 등 482칸이 복원됐다. 행궁 왼쪽으로 시야를 돌리면 장안문으로 이어지는 성곽의 유장한 흐름이 펼쳐지고, 그 뒤로 수원의 진산인 광교산의 후덕한 품이 눈에 들어온다. 서장대에서 급경사 계단을 내려서면 언덕에 자리한 서북각루다. 신발을 벗고 누마루에 오르자 시원한 바람이 솔솔 불어온다. 마루에 앉아 구불구불 이어진 성곽과 도심을 바라보는 맛이 일품이다. 이곳에서 화서문과 장안문을 거쳐 방화수류정까지 이어진 길이 화성에서 가장 아름다운 구간이다.
    화성 미학의 백미 화홍문과 방화수류정
    서북각루에서 내려오면 다산 정약용이 설계한 화서문이다. 문 옆에는 공격하는 적들을 삼면에서 저격할 수 있도록 지은 서북공심돈이 자리하고 있다. 공심돈(空心墩)은 화성만의 독특한 시설로 망루와 포루의 역할을 동시에 한다. 서북공심돈은 화서문과 어울려 범접할 수 없는 위용과 멋을 자랑한다.

    장안문을 바라보며 걷는 길은 평지처럼 순하다. 성 밖에서 보면 성벽은 6~9m 높이지만, 성곽길 위에 서면 어른 키만 한 담장이 된다. 성 밖은 장안공원으로 수원 시민이 가장 사랑하는 쉼터다. 성벽 곳곳에 뚫어놓은 구멍은 총과 활을 쏘기 위한 것이다. 이윽고 화성의 북쪽 대문인 장안문에 이른다.

    장안문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성문으로 문루의 높이가 13.5m, 너비가 9m에 달한다. 국보 1호인 서울 숭례문보다 더 크다. 홍예문(문의 윗부분을 무지개 모양처럼 둥글게 만든 문) 위에 아름다운 단청의 2층 누각을 올리고, 바깥쪽에 벽돌로 반원형을 그리면서 둥근 옹성(甕城)을 갖추었다. 옹성은 적을 공격하기 위한 방어시설인데, 숭례문에는 없는 구조라 생소하면서 신기하다.

    장안문을 지나면 일곱 개의 아치형 수문을 거느린 화홍문이 나타난다. 화홍문은 7칸의 홍예 위에 정면 3칸, 측면 2칸의 누마루 형식의 문루를 세웠다. 옆에 있는 동북각루, 즉 방화수류정 주변은 경치가 아름다워 수원 8경 중 하나로 선정됐다.

    iformation

    ●수원화성 성곽 걷기 가이드 화성의 길이는 5.7㎞, 한 바퀴 도는 데 2시간 30분쯤 걸린다. 구경할 것이 많아 넉넉하게 3~4시간 잡아야 한다. 출발점은 대중교통을 이용하면 팔달문이 편리하다. 수원역 북부정류장에서 팔달문 가는 버스가 많다. 자가용을 이용할 경우는 창룡문, 동장대(연무대), 화성행궁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걷는다. 화성에서 놓칠 수 없는 구간은 서장대~화서문~장안문~방화수류정 구간이다. 화성 입장료 어른 1,000원, 화성행궁 어른 입장료 1,500원. 문의 수원시청 화성사업소 (031-228-4410), 화성행궁 (031-228-4411), 창룡문안내소 (031-228-4678).

    ●교통 전철과 기차는 수원역에서 내린다. 역을 나와 왼쪽 북부정류장에서 팔달문과 장안문으로 가는 버스가 많다. 서울 잠실역, 강남역, 양재역, 사당역에서 10~20분 간격으로 수원행 버스가 있다.

    ●맛집 장안문 뒤쪽의 성곽(031-253-2774)은 고풍스런 느낌을 물씬 풍기는 숨은 맛집이다. 청국장 5,000원, 제육볶음 5,000원, 빈대떡 7,000원 등 가격도 아주 착하다.

    KCC건설, 연말 차입금 상환 나섰다

    10월말 1500억 규모 채권 발행…채권 및 단기차입금 상환
    건설업 위기 속 보수 경영으로 재무안정성 우수 평가

    KCC건설이 연말을 앞두고 재무구조 개선 작업에 나섰다. 2년 만에 채권을 발행해 만기가 돌아오는 차입금을 상환해 차입 구조를 장기화하기로 했다. KCC건설은 건설업 불황 속에서도 보수 경영을 통해 우수한 재무구조를 유지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1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KCC건설은 10월말을 목표로 채권 발행을 위한 투자자 수요 확인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009년 11월 500억원 발행 이후 2년 만의 공모채 발행이다.
    KCC건설은 3년 만기로 1500억원 규모의 회사채 발행을 추진하고 있다. 이는 회사 차원에선 최대 규모의 채권 발행이다. KCC건설의 신용등급은 'A'. 부동산 경기 침체 장기화라는 업종 상황을 감안하면 상당히 공격적인 조달 계획이다.
    금융권은 부동산 불황 속에서도 KCC건설이 ▲계열사 물량을 통한 안정적 수주 ▲보수적인 재무 전략을 내세워 나쁘지 않은 평가를 받고 있기에 이 같은 조달 전략이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KCC건설의 경우 수주 잔고 중 KCC 계열과 관급 공사 비중이 50%를 웃돌고 있다. KCC의 폴리실리콘 공장 증설, 사파이어 플랜트와 태양전지기판 건설 등으로 계열 수주는 더 늘어날 전망이다.
    민간개발사업 실적도 나쁘지 않다. 관련 수주는 약 8400억원 정도로 알려졌는데 비교적 양호한 분양실적을 보이고 있다. 특히 마포 공덕, 가산동, 오산 갈곶동, 해운대 좌동 등 준공 현장의 경우 평균 분양률이 90%를 넘고 있고 입주도 원활히 이뤄지고 있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KCC건설은 높은 이익률을 보여주면서 중견 건설사 중에선 PF(프로젝트 파이낸싱)를 일으킬 수 있는 몇 안 되는 건설사 중의 하나”라고 설명했다.
    KCC건설은 2009년까지만 해도 무차입 구조를 유지해왔다. 하지만 운전자본 부담이 늘어나면서 차입금이 증가, 영업이익 및 영업현금흐름 대비 차입금 비율이 다소 떨어지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2011년 6월말 기준 부채비율과 차입금 의존도는 각각 140.4%, 20.6%를 기록하는 등 재무안정성은 우수한 편이다.

    신용평가사 관계자는 “순이익 상당 부분을 내부에 유보하면서 순차입금을 1000억원 내외로 유지하고 있다”며 “실질적인 차입금 상환부담은 낮은 수준이라 다른 건설사에 비해 재무안정성이 매우 양호하다”고 설명했다.
    KCC건설은 이번에 조달되는 자금 역시 재무구조를 개선하는 데 활용할 계획이다.
    2011년 8월말 기준 KCC건설의 총차입금은 1622억원이다. 그 중 올해 안에 상환해야 하는 금액이 80% 정도다. 11월11일에 공모사채 500억원, 12월28일엔 사모사채 200억원 등 700억원어치의 회사채와 일부 단기차입금이 여기에 해당한다. KCC건설은 이달 채권 발행으로 올해 차입금 부담을 한 번에 해결할 계획이다.
    한국기업평가와 한국신용평가는 KCC건설이 발행할 예정인 회사채 신용등급을 A(안정적)으로 평가했다. 2011년 8월31일 기준 KCC건설의 PF 관련 우발채무는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 1942억원, PF론 3976억원 등 총 5918억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