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일 부산 해운대구 우동의 제16회 부산국제영화제 현장. 영화제의 주요 행사가 이뤄지는 행사장 건물 앞에 도착하니 수천여명의 인파 중 많은 사람이 하늘을 올려다보고 있었다. 지면에서 약 30m 위로 축구장보다 더 커 보이는 지붕이 아이스크림 콘 모양의 기둥 한쪽에 매달려 있기 때문이다. 지붕은 네모 반듯한 평면이 아니라 좌우 상하로 형식 없이 울룩불룩하게 돌출되거나 패여 있었다. 사람들이 올려다볼 수 있는 지붕 하단에는 4만2000여개의 LED 전구가 부착돼 다양한 방식의 영상이 연출되고 있었다.
이 건물은 오스트리아의 설계사무소 ‘쿱 힘멜브라우’가 설계하고 한진중공업 건설부문이 지난 3년간 신공법을 동원해 완공한 복합문화시설 ‘영화의 전당’이다. 시공금액만 1679억5000만원이 들어간 초대형 프로젝트다.
- ▲ 지난달 29일 개관한 부산 '영화의전당' 야간 전경. 한 쪽으로만 고정된 빅루프(big roof)는 무게가 4000톤이 넘는다.
이 건물은 방향에 따라 건물 모양이 달라보여 한 눈에 건물 구조를 파악하기 힘들다. 정작 건물은 영화관과 공연장이 있는 시네마운틴(CINE MOUNTAIN)과 업무시설이 있는 비프힐(BIFF HILL) 정도이고, 전체 부지(3만2137㎡)중 나머지 면적은 시네마운틴과 연결된 스몰루프(SMALL ROOF) 아래의 4000석 규모의 야외상영장, 빅루프(BIG ROOF) 아래의 BIFF광장으로 이뤄져 있다. BIFF광장 위로는 구름다리 모양의 풋 브릿지 램프(FOOT BRIDGE RAMP)가 빅루프에 매달려 있다. 4000톤이 넘는 빅루프의 하중을 견디는 것은 오직 나무 둥치 모양의 더블콘(DOUBLE CONE) 뿐이다.
건물에 들어가도 어디가 안(安)이고 밖인지 분간하기 어렵다. 실제 시네마운틴 내부로 들어가도 전면이 커튼 월(유리 재질의 외벽)로 엮여 있고 그 속으로도 건물 구역마다 층고가 다르게 설계돼 있다. 에스컬레이터도 외부에서 탔지만 올라가다 보면 건물 내부로 들어가 있고, 다시 건물 외부의 난간으로 이어진다.
한진중공업 건설부문의 장범택 현장소장은 “오스트리아의 설계 사무소는 기존의 건축적 개념을 파괴하는 해체주의의 형식으로 설계했다”며 “건물과 구조물에 직선과 수평적 측면이 배제되고, 안과 밖의 개념도 모호하게 정해놨기 때문에 시공하는데 애를 먹었다”고 말했다.
◆ 신공법 이용해 4000톤 지붕 ‘번쩍’…“기네스북 등재될 것”
이 건물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빅루프다. 길이 163m·폭 62m에 무게가 4000톤이 넘는 구조체가 더블콘에 ‘아무렇게나’ 올려져 있는 모습이다. 거리를 두고 보면 짧고 굵은 나무 둥치에 한쪽으로만 웃자란 나무 같다.
김강태 공무팀장은 “위태위태하게 매달려 있는 것 같지만 한 치 오차도 없이 중심을 잡을 수 있도록 구조 계산이 된 건물”이라며 “비교적 강풍이라고 볼 수 있는 초속 45m에서도 빅루프가 스스로 상하 1.5m 정도로 움직이면서 균형을 잡을 수 있도록 설계됐다”고 말했다.
빅루프를 시공해 더블콘에 붙이는 작업이 ‘영화의전당’ 시공의 하이라이트였다. 이 작업에 신공법 ‘리프트 업(LIFT-UP)’이 쓰였다. 일반적으로 빅루프와 같이 기둥에서 구조체가 수평으로 뻗어나갈 때는 기둥 접합부부터 시공해나가면서 구조체 하단을 철골 구조물로 받쳐 놓는다. 그러나 빅루프 시공 때는 아예 구조체를 지상에서 만들고서 크레인으로 끌어올려 기둥에 붙이는 방식을 사용했다.
이 공법은 일반적인 방법보다 공사기간을 3개월 정도 줄일 수 있지만, 4000톤이 넘는 비정형적인 구조체를 한치에 오차도 없이 들어 올려 기둥에 맞추기가 어렵기 때문에 국내에서도 한진중공업 건설부문과 삼성물산 건설부문 정도가 시공 경험이 있는 정도다. 게다가 이번에 들어올려 붙인 빅루프는 모양이 정형적이지 않은데다 규모 면에서도 세계 최대다. 현재 한진중공업 건설부문은 이 빅루프를 세계에서 가장 규모가 큰 캔틸레버 루프(한쪽만 지지가 되고 다른 쪽 끝은 돌출한 형식의 구조물)로 기네스북에 신청한 상태다.
- ▲ 지난 6일 개막한 부산국제영화제 야외공연장. 4000석의 규모며 공연장 위쪽으로는 스몰 루프(small roof)가 들어서 있다.
안전장치 면에서도 세계 최초로 시도된 공법이 적용됐다.
먼저 빅루프는 최대 풍속이 초속 65m 수준까지 견딜 수 있도록 설계됐다. 만약 그 이상의 바람이 불게 되면 BIFF광장의 양쪽 모서리 부분에서 28미터 정도의 봉이 솟아오르게 된다. 이 봉은 빅루프의 모서리 양쪽 끝쪽에 붙어 빅루프가 붕괴하는 일이 없도록 균형을 맞추는 역할을 한다.
이 봉은 바람이 불 때뿐 아니라 지진과 폭설로 빅루프 붕괴 위험이 감지되면 자동으로 땅속에서 솟아올라 지붕을 떠받친다.
김 팀장은 “세계 어느 곳에서도 이 정도 규모의 캔틸레버 루프를 시도한 적이 없었기 때문에 그에 대한 안전 대책도 새로 고안해야 했다”며 “이상 기후에도 대형 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전 세계 어디에도 없는 자동 지붕 받침 시스템을 구축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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