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uesday, October 11, 2011

<경기4> 정조 효심이 만든 한국 성곽의 백미 수원화성 성곽 걷기

등산 전문기자들이 직접 다녀온 둘레길 33

수원화성(華城)은 정조의 효심이 만들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정조는 즉위하자 당쟁으로 인해 뒤주 속에서 참혹하게 죽음을 당한 아버지 사도세자의 능을 수원 남쪽 화산으로 옮긴다. 그리고 화산에서 가까운 수원 땅에 2년 10개월(1794~1796년)에 걸쳐 기존의 읍성을 고쳐 화려하고 웅장한 성곽을 축성한다. 수원화성은 당대의 철학, 과학, 문화가 총 집결했기에 ‘18세기 실학의 결정체’라 불린다. 그 우아한 아름다움과 ‘거중기’ 같은 기계를 활용한 과학성은 한국 성곽의 백미로 꼽히고, 1997년에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됐다.

정조가 군사를 호령하던 서장대
수원화성은 둘레 5.7㎞, 성곽 안쪽은 39만 평으로 서울성곽과 비교하면 절반쯤 되는 아담한 규모다. 동쪽 지형은 평지를 이루고, 서쪽은 143m 높이의 팔달산에 걸쳐 있는 전형적인 평산성(平山城, 평지와 산을 이어 쌓은 성의 형태)이다. 다른 성곽과 달리 군사 기능 외에 상업 기능을 갖춘 것이 특징이다. 화성은 도로와 시장이 들어찬 팔달문 주변을 제외하고는 성곽을 따라 전 구간을 끊어짐 없이 한 바퀴 돌 수 있다. 40여 개의 망루와 누각이 포진해 걷는 내내 지루할 틈이 없다.

성곽 걷기의 출발점은 대중교통이 편리한 팔달문이 좋다. 팔달문은 전체가 거대한 가림막으로 둘러싸여 있다. 그동안 여러 차례 보수했지만, 지붕까지 완전히 해체해 보수하는 것은 팔달문 완공 이후 216년 만에 처음 시도하는 작업이라고 한다. 보수가 완성되는 올 12월에는 원형에 가까운 참모습을 만날 수 있다.

팔달문 왼쪽 골목으로 들어가 팔달문관광안내소에서 안내지도를 받고 출발한다. 성곽을 따라 이어진 급경사 돌계단을 15분쯤 오르면 서남암문을 만난다. 암문은 성곽의 비밀통로로 은밀한 곳에 개구멍처럼 뚫린 것이 일반적이지만, 화성의 암문은 제법 크고 위엄 있다. 암문 밖으로 제법 널찍한 길을 따라 외성이 이어지는데, 그 길을 용도(甬道)라고 한다. 170m쯤 되는 호젓한 용도의 끝에는 서남각루(화양루)가 그림처럼 앉아 있다. 다시 서남암문으로 들어와 서암문을 지나면 팔달산 정상에 자리한 서장대가 나온다. 장대는 장수가 군사를 지휘하던 곳이다. 화성에는 동장대와 서장대가 있는데, 화성의 총 지휘본부는 2층 구조의 웅장한 서장대가 담당했다. 정조는 서장대에서 직접 군사를 지휘했다고 한다. 그의 신호에 따라 화성 전체의 군사들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모습은 상상만 해도 장관이다.
앞쪽으로 보이는 화성행궁은 정조의 임시거처로 쓰인 곳이다. 정조의 어머니인 혜경궁 홍씨의 회갑연을 열었던 봉수당, 정조가 활을 쏘던 득중정, 궁녀와 군인들의 숙소 등 482칸이 복원됐다. 행궁 왼쪽으로 시야를 돌리면 장안문으로 이어지는 성곽의 유장한 흐름이 펼쳐지고, 그 뒤로 수원의 진산인 광교산의 후덕한 품이 눈에 들어온다. 서장대에서 급경사 계단을 내려서면 언덕에 자리한 서북각루다. 신발을 벗고 누마루에 오르자 시원한 바람이 솔솔 불어온다. 마루에 앉아 구불구불 이어진 성곽과 도심을 바라보는 맛이 일품이다. 이곳에서 화서문과 장안문을 거쳐 방화수류정까지 이어진 길이 화성에서 가장 아름다운 구간이다.
화성 미학의 백미 화홍문과 방화수류정
서북각루에서 내려오면 다산 정약용이 설계한 화서문이다. 문 옆에는 공격하는 적들을 삼면에서 저격할 수 있도록 지은 서북공심돈이 자리하고 있다. 공심돈(空心墩)은 화성만의 독특한 시설로 망루와 포루의 역할을 동시에 한다. 서북공심돈은 화서문과 어울려 범접할 수 없는 위용과 멋을 자랑한다.

장안문을 바라보며 걷는 길은 평지처럼 순하다. 성 밖에서 보면 성벽은 6~9m 높이지만, 성곽길 위에 서면 어른 키만 한 담장이 된다. 성 밖은 장안공원으로 수원 시민이 가장 사랑하는 쉼터다. 성벽 곳곳에 뚫어놓은 구멍은 총과 활을 쏘기 위한 것이다. 이윽고 화성의 북쪽 대문인 장안문에 이른다.

장안문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성문으로 문루의 높이가 13.5m, 너비가 9m에 달한다. 국보 1호인 서울 숭례문보다 더 크다. 홍예문(문의 윗부분을 무지개 모양처럼 둥글게 만든 문) 위에 아름다운 단청의 2층 누각을 올리고, 바깥쪽에 벽돌로 반원형을 그리면서 둥근 옹성(甕城)을 갖추었다. 옹성은 적을 공격하기 위한 방어시설인데, 숭례문에는 없는 구조라 생소하면서 신기하다.

장안문을 지나면 일곱 개의 아치형 수문을 거느린 화홍문이 나타난다. 화홍문은 7칸의 홍예 위에 정면 3칸, 측면 2칸의 누마루 형식의 문루를 세웠다. 옆에 있는 동북각루, 즉 방화수류정 주변은 경치가 아름다워 수원 8경 중 하나로 선정됐다.

iformation

●수원화성 성곽 걷기 가이드 화성의 길이는 5.7㎞, 한 바퀴 도는 데 2시간 30분쯤 걸린다. 구경할 것이 많아 넉넉하게 3~4시간 잡아야 한다. 출발점은 대중교통을 이용하면 팔달문이 편리하다. 수원역 북부정류장에서 팔달문 가는 버스가 많다. 자가용을 이용할 경우는 창룡문, 동장대(연무대), 화성행궁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걷는다. 화성에서 놓칠 수 없는 구간은 서장대~화서문~장안문~방화수류정 구간이다. 화성 입장료 어른 1,000원, 화성행궁 어른 입장료 1,500원. 문의 수원시청 화성사업소 (031-228-4410), 화성행궁 (031-228-4411), 창룡문안내소 (031-228-4678).

●교통 전철과 기차는 수원역에서 내린다. 역을 나와 왼쪽 북부정류장에서 팔달문과 장안문으로 가는 버스가 많다. 서울 잠실역, 강남역, 양재역, 사당역에서 10~20분 간격으로 수원행 버스가 있다.

●맛집 장안문 뒤쪽의 성곽(031-253-2774)은 고풍스런 느낌을 물씬 풍기는 숨은 맛집이다. 청국장 5,000원, 제육볶음 5,000원, 빈대떡 7,000원 등 가격도 아주 착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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